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처형된 지 2년이 됐습니다. 장성택 처형은 ‘김정은 유일지배체제’를 강화시키는 한편 공포정치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장성택 처형 이후 2년을 최원기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2년 전인 2013년 12월 13일,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평양발 뉴스에 크게 놀랐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의 고모부이자 후견인이었던 장성택을 처형했다는 공식 발표였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13년 12월)] “천하의 만고역적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의 특별재판이 12월 12일 진행되었다.”
북한은 장성택과 관련한 사건을 ‘반당, 반혁명, 종파 사건’으로 규정하고 곧바로 장성택 계열 인사들에 대한 제거 작업에 나섰습니다.
이에 따라 장성택을 보좌하던 리룡하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박춘홍, 양청송 부부장이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습니다.
또 내각에서는 채취공업상이었던 강민철이 리학철로 교체됐으며, 한효연 금속공업상과 림남수 석탄공업상이 물러났습니다.
이밖에 장성택의 측근으로 알려졌던 박광철 스웨덴대사 부부와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말레이시아대사, 장성택의 누나인 장계순과 그의 남편인 전영진 쿠바대사가 평양으로 소환됐습니다.
북한의 과거 사례를 볼 때 장성택 숙청 여파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말했습니다.
[녹취:강인덕] “1967-68년도 갑산파 숙청할 때 1년이 지났는데 지방당 간부 3분의 2가 빈자리였는데, 장성택은 당-정-군에 많은 사람을 심어놨기 때문에 상당 기간 숙청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장성택 숙청에 앞장선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은 김정은 정권의 친위세력으로 떠올랐습니다. 황병서는 지난해 조직지도부 부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한 달 만인 4월에는 상장에서 대장으로, 그리고 차수로 고속 승진했습니다. 이어 5월에는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이 되면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올랐습니다.
황병서 뿐만 아니라 장성택 숙청에 앞장섰던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도 권력의 한 축으로 등장했습니다. 한국의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계통상으로는 김원홍이 장성택 밑에 있었지만 당과 군부, 그리고 최고 지도자의 협의 아래 장성택을 제거하는 데는 누구보다 앞장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성택을 제거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유일지배체제’를 강화했습니다.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는 한편 2인자 자리를 넘보는 인사들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4월에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처형하고 11월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지방 협동농장에 보내 혁명화 교육을 받게 한 것은 이런 차원의 조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앞서 2012년에는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장을 숙청했습니다.
당-정-군 간부들에 대한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른바 `공포정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지시를 어기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물론 눈 밖에 나는 사람도 혁명화를 보내거나 숙청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이수석 박사입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김정은 시대 와서 4 년 동안 처형된 간부만 1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사실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100여 명이 좀 넘습니다. 한 130여 명에 이르는 그 정도까지 파악되고 있는데 그만큼 김정은의 공포통치는 북한 간부들에게 두려움이고 권력엘리트들을 옥죄는 통치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장성택 처형과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 권력 장악에 도움이 됐는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정권에 적잖은 부담과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선 ‘고모부를 죽인 잔인한 독재자’란 평가를 피할 수 없는데다 권력층 내부의 균열과 이른바 `면종복배' 현상을 강화시켰다는 겁니다. 면종복배란 권력자 앞에서는 순종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강인덕 전 장관입니다.
[녹취:강인덕] “장성택이 숙청되는 장면을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TV로 보여줬는데, 이게 공포정치거든요. 특히 당 간부들은 공포심을 느끼고 면종복배 할 겁니다.”
실제로 북한의 고위 간부들은 숙청과 처형에 대한 불안감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조언을 기피하고 생존을 위해 책임 회피는 물론 허위보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해외에 파견된 일부 간부들은 망명까지 감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지역에 주재하던 조선대성은행 간부와 해외에 있던 노동당 39호실 간부 등이 망명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