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북관계 전망...'노동당 대회, 총선 등 주목'

지난 8월 남북한이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10개월여 만에 다시 대면했다. (자료사진)

2016년 새해엔 남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내년 남북관계 흐름에 영향을 미칠 북한의 신년사와 제7차 노동당 대회, 한국의 국회의원 총선거의 의미 그리고 이에 따른 남북대화 전망을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 해 남북관계를 가늠하게 해 주는 출발점은 북한 최고지도자가 새해 첫 날 발표하는 신년사입니다.

한국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6년 1월 1일 발표할 신년사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신년사의 경우 내부 문제가 주로 다뤄지기 때문에 대남, 대외 관련 부분은 상당히 비중이 적다며 분량 면에서 예년과 비슷한 비율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31일 말했습니다.

다만 내년 5월 36년 만에 7차 노동당 대회가 열리는 만큼 이를 위한 노력동원을 배가시키는 방향에 무게가 실릴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2016년 신년사가 2015년처럼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 그리고 이를 위한 평화적 환경 조성 차원의 대외관계 개선 의지 등을 밝히면서 당 대회 준비를 위한 주민 독려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내년도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역시 7차 당 대회 개최라고 보면 그런 점에서 신년사는 7차 당 대회 개최를 성공적으로 하기 위한 주민들에 대한 독려와 과제 부여, 이런 차원의 기본적 메시지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7차 당 대회는 명실상부한 김정은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인적, 정책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 큰 변화가 올지 주목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내년 정세전망을 담은 보고서에서 김 제1위원장이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권력층의 세대교체와 새로운 정책노선 공표, 전방위적인 외교 전개 등을 통해 아버지 김정일의 유훈통치를 마감하려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1980년 6차 당 대회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7차 당 대회에선 김 제1위원장의 구상이 담긴 새 통일 방안이 공표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7차 당 대회를 계기로 인민생활 향상 등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남북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남북관계 현안의 일괄타결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에선 내년 4월 국회의원을 뽑는 20대 총선이 치러집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는 박근혜 한국 정부가 북한에 강경한 보수정권이라는 점에서 총선 전에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적다며 북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총선 결과를 보고 방향을 정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지금은 북한도 남측 정부가 총선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북한도 총선 이후 정세에 따른 움직임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고 총선 전에는 크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을 거에요.”

‘8.25 남북 고위급 합의’로 우여곡절 끝에 열렸던 남북 당국회담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후속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끝났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남북 간 입장 차가 워낙 커 회담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북 당국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원하는 결과가 바로 나와야 된다는 그런 부담이 북한 내부에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남북 당국회담 재개가 상당히 오랜 시간 걸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정책에서 성과를 내려 적극적으로 나올 경우 미-한 합동군사훈련이 열리기 전인 내년 2월 초에 당국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갑작스런 사망이 내년도 남북관계를 어둡게 하는 부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대남 실무를 총괄했던 김양건 비서가 대외관계, 북한 내부 문제 등을 두루 아는 인물로, 김 제1위원장으로선 정권 안정에 꼭 필요했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식견과 경험이 적은 후임자가 그의 자리를 대신하게 되면 남북관계에는 불안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