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들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비난하면서도 이런 사태에 미국과 한국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제기하고 있는 ‘중국 역할론’에 대응하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5일자 사설에서 북 핵 문제는 ‘연쇄적인 잘못’에 의한 결과라면서 북한과 미국, 한국이 모두 각자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북한의 핵 문제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려면 북-중 관계에만 기대서는 불충분하며 미국과 한국도 반드시 자기들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지난 몇 년 간 효과적인 노력을 방기하면서 북한에 군사적 위협과 무력시위를 벌여왔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문은 이어 한국 여론이 북 핵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원망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 직면에 한국사회가 놀라 허둥대는 것은 이해하지만, 중국을 향해 스스로의 초조함을 쏟아내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대북 제재와 관련해 중국이 국제사회의 조치에 동참하겠지만, 제재 수위를 무한정 끌어올리는 것은 효과를 볼 수 없고 어떤 새로운 변수를 가져올지 단언하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신화통신'도 지난 13일 영문 논평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통신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접근법이 북한이 핵 능력을 더 추구하도록 몰아붙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최근 몇 년 간 미국이 ‘전쟁게임’과 ‘경제 제재’를 포함한 다양한 압박전술을 구사하면서 북한의 일부 호의적인 제안을 거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이 핵 능력을 갖춘 전략폭격기를 한국 상공에 띄우고 더 강력한 대북 제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화통신'은 역사적으로 그 어떤 압박전술도 평양의 핵 야망을 제압하지 못했음이 증명된다며, 오히려 핵 능력 추구에 대한 결심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은 북한에 대해서는 계속된 비핵화 약속 파기가 국제사회로부터 더 심각한 고립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와 `신화통신'의 이같은 논평이 중국 당국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미국 정부 당국자들은 중국이 대북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고, 이에 대응해 중국 언론은 북 핵 문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홍콩의 유력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5일 사설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중국의 외교적 실패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실험은 북한이 중국에 저항한 것이고, 김정은이 시진핑의 의중을 무시한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것입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지난 세 차례 북한의 핵실험 이후 실효적으로 제재를 강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에도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강대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