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개발을 무시하는 전략으로는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미국의 전직 관리들이 밝혔습니다. 1990년대 북 핵 위기 당시 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던 이들 관리들은 북한의 핵무기 기술이 무관심 속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며,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앞으로 몇 개월 후면 북한 핵 문제는 잊혀질 것입니다.”
1994년 미-북 간 제네바 핵 합의 당시 국무부 북한 담당관으로 협상에 참여했던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선임연구원의 주장입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에서 21일 열린 ‘북한의 핵 프로그램’ 토론회에서 위트 연구원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핵실험의 여파가 잠잠해지면 곧바로 북한을 잊고 시리아 등 다른 지역 문제에 집중할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습니다.
[녹취: 위트] “Unfortunately I will predict that a few months from now, we will all forget about this. We will be focused on Syria… ”
위트 연구원은 이런 무관심이 북한의 핵무기를 무서운 속도로 진전시켰다며, 북한이 2009년 이후 핵무기는 물론 관련 시설과 핵무기 탑재 기술까지 빠른 성장을 이룬 점을 우려했습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오는 2020년이면 북한의 최대 100 기의 핵무기를 보유하면서 1단계 수소탄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단계 수소탄은 2단계 수소탄의 전 단계로, 증폭핵분열탄과 같은 의미입니다.
[녹취: 위트] “Our projections were that the North Koreans, by 2020, might be able to build a single stage bomb… ”
1994년 미-북 핵 합의 당시 미국 측 협상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도 현재의 북한 핵 문제가 ‘무관심’ 속에서 더 진전을 이뤘다는 데 동의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Why should we do anything about North Korea, why don’t we leave it alone…”
북한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ISIL이나 이란과 달리 당장 위협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만큼 그냥 놔두면 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나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런 무관심이 언젠가 국제사회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특히 북한이 계획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언제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점과 중동과 같은 곳으로 무기를 수출할 위험성이 여전하다는 점, 그리고 한반도 주변국가를 중심으로 핵 무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북한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경계했습니다.
지난 1994년과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북한 핵 사찰을 주도한 올리 하이노넨 전 IAEA 사무차장도 북한의 핵 개발 진전을 우려했습니다. 북한이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핵 시설과 기술을 발전시켜 4~8 개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22~40kg에 달하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연간 40kg 정도의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하이노넨] “If I look at their infrastructure there, all the nuclear materials are there…”
특히 북한은 현재의 시설과 보유 핵 물질만으로도 수소폭탄으로 가는 중간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와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핵 확산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도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1994년 핵 합의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대화를 강조했습니다.
[녹취: 위트] “I don’t think the policy we had, failed. The policy we had during the 1990s with the agreed framework, that agreement was not a failure…”
미국은 1994년 이후의 대북정책이 실패했을 뿐, 제네바 핵 협상 당시의 정책은 성공적이었으며, 결국 제네바 합의가 이뤄진 1990년대를 교훈 삼아 북한과 마주앉아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강력한 제재’와 ‘군사 공격’, ‘대화’를 북 핵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하면서 이에 따른 한계도 함께 설명했습니다.
특히 강력한 제재는 북한의 붕괴를 염려하는 중국의 반대로 어렵고, 군사 공격 역시 동맹국들의 반대를 불러온다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화 역시 북한의 ‘핵 포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주변국가의 동조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The Leap Day agreement, other efforts at getting a negotiation going…”
갈루치 전 차관보는 지난 2012년 미국과 ‘2.29 합의 (Leap Day Agreement)'를 이룬 북한이 곧바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려면 큰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