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길 북한 총참모장, 비리혐의 처형설

북한의 리영길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달 초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처형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2013년 9월 8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권수립 65주년 경축 중앙보고대회를 녹화중계한 모습. 파란색 원안이 리영길 북한 총참모장이다.

북한 인민군 리영길 총참모장이 이달 초 ‘종파분자 및 세도, 비리 혐의’로 전격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 위원장이 임명한 총참모장 4 명 가운데 3 명이 숙청됐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리영길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이 지난 2일에서 3일 사이 김정은 국방위 제1 위원장이 주관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와 군당위원회 연합회의를 전후해 ‘종파분자 및 세도, 비리 혐의’로 처형됐습니다.

리 총참모장은 지난 2012년 중부전선을 관할하는 5군단장에 기용됐고 이듬해 총참모부 작전국장을 거쳐 같은 해 총참모장에 발탁됐습니다.

총참모장에 기용된 이후 2014년까지는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도 오르는 등 김정은 제1 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웠으며 지난달까지는 김 제1 위원장이 참관한 군사훈련과 인민무력부 방문을 수행하는 등 정상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달 초 노동당 중앙위와 군당위원회 연합회의에 이어 지난 8일 열린 광명성4호의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평양시 경축대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교체됐을 가능성이 거론됐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평양경축대회의 주석단을 소개하면서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김기남, 최태복, 박영식 그리고 리명수 등의 순으로 호명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이 통상 큰 행사의 참석자 명단을 소개할 때 인민무력부장 바로 다음에 총참모장을 호명하는데, 리영길이 빠지고 대신 리명수 인민군 대장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리영길이 처형된 사유와 관련해 최근 김정은 제1 위원장이 당 간부 출신들을 군 요직에 기용하는 것에 대해 정통 야전군 출신으로서 불만을 나타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인민군에 대한 노동당의 통제를 주도하는 인물이 리영길을 제거하기 위해 김정은에 대한 불경한 언사를 보고해 숙청에 이르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로써 김정은 제1 위원장이 임명한 총참모장 4 명 가운데 3 명이 숙청됐습니다.

지난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7인방이었던 리영호 총참모장은 이듬해 반혁명분자로 몰려 숙청됐습니다.

그의 해임은 김정은이 군부 통제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습니다.

리영호에 이어 총참모장을 넘겨 받아 인민무력부장까지 오른 현영철도 반혁명분자로 몰려 지난해 4월 공개 처형됐습니다.

현영철의 처형 이유는 김정은에 대한 불만 표출과 지시 불이행이라고 한국 국정원은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대북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김정은이 무력을 지닌 군부에 대해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김정은 식의 공포통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