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타격' 북한군 성명..."대북 압박 맞불 심리전"

지난해 3월 한국 파주시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실시된 키리졸브 미-한 연합 훈련에서 한국 군 장병들이 수풀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이 이례적으로 한국 청와대 타격을 위협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최근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또 한반도 긴장을 한층 고조시켜 내부 결속과 한국사회 분열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표한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중대성명이 다음달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미-한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와 독수리 훈련에 대한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미-한 훈련에서 ‘참수작전’과 ‘북한 내륙진격작전’ ‘족집게식 타격’ 등을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해 사실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하고 반발의 강도가 어느 때 보다 세졌다는 분석입니다.

중대성명은 미-한 특수작전 무력과 작전장비들이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이면 이를 사전에 제압하기 위한 선제적인 작전수행에 진입할 것이라며 1차 타격 대상을 한국 청와대로, 그리고 2차 타격 대상을 미국 본토로 지목했습니다.

미국은 앞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 국면이 촉발되면서 B-52 장거리 폭격기와 핵잠수함, F-22 랩터 등 최첨단 전략무기들을 한반도에 출격시켰습니다.

또 다가올 미-한 합동훈련에는 핵 항공모함 존 C. 스테니스 호 등을 순차적으로 파견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일 예정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이번에 참수작전을 포함해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 연합훈련이 실시되는 데 대한 북한의 나름대로의 선전적 차원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은 특히 이번 성명을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의 중대성명이라는 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성명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중대성명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수령에 대한 군부의 절대 충성을 과시하는 한편 메시지의 효과를 증폭시켜 전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으로선 또 미국이 새 대북제재 법안을 발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안을 둘러싼 막바지 조율이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불안감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김용현 교수는 이번 중대성명 발표는 이런 전방위적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 측의 맞불작전 성격의 심리전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한반도 위기 상황이 분위기를 좀 더 고조시키면서 북측 내부의 단호한 의지를 표현하는 그런 의미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북한이 관영매체를 동원해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배경에는 현 국면을 내부 결속에 활용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이것을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것은 결국 북한 주민들이 보게 만든다는 것이죠. 이것은 북한이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수단인 내부의 긴장을 조성해서 다시 말해서 미군이 북한을 침략한다, 다시 식민지가 될 수 있다라는 어떤 내부긴장을 조성해서 체제결속을 강화하려는 그런 의도도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죠.”

김 박사는 향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미-한 합동훈련 기간 중 북한이 직접적인 군사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지만 한국 내부 분열을 노린 저강도 도발 가능성은 커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테러 같은 것을 통해서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고 휴전선이나 NLL (북방한계선)에서 긴장을 바짝 높이면 어쨌든 여러 가지 경제적 측면이나 사회적 측면에서 또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 내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수 있죠.”

한국 군 당국은 그러나 북한이 성명에서 예고한 대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도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