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된 가운데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북한에 핵무기에 대한 망상을 버리고 변화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실전배치한 핵탄두를 언제든 쏠 수 있게 준비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4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 축사를 통해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대통령] “핵무기가 체제를 보장한다는 그릇된 망상을 버리고 하루속히 진정한 변화의 길로 나오도록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한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핵 능력은 계속 고도화돼 민족에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강력하고 실효적인 모든 제재 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보다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한 사실을 4일 보도하면서, 북한의 자주권을 지키는 유일한 길은 핵 무력 강화 뿐이라며 실전배치한 핵무기를 언제든 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이 핵무기 실전배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조선중앙TV' 입니다.
[녹취:조선중앙TV] “국가방위를 위하여 실전 배비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쏘아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또 적들이 참수작전과 체제 붕괴와 같은 마지막 도박에 매달리면서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정세가 됐다며 군사적 대응을 선제공격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제1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안보리의 새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과 오는 7일부터 진행되는 미-한 연합군사훈련에 맞서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통일부] “지금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국면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대항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이고 체제 결속을 위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또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해 4일 정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단호한 대응 의지로 맞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안보리 결의에 대한 북한의 첫 공식 반응으로 결의가 채택된 지 40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성명은 미국을 비롯한 대국들과 추종세력들이 자주권과 생존권을 노골적으로 짓밟는 이상, 무자비한 물리적 대응을 포함한 단호한 대응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성명은 특히 ‘대국들’이라는 표현을 써 제재에 동의한 중국과 러시아까지 함께 비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성명은 대국들의 잣대에 따라 합법성 여부가 제멋대로 재단되는 현실을 허용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병진 노선'에 따라 자위적 핵 억제력을 더 강화하고 위성 대국을 향해 과감하게 전진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은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 참관 현장에서 이례적으로 박 대통령의 이름을 직함 없이 6 차례 거론하며 비난과 막말을 쏟아내기도 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지금 뒷일을 감당해낼 대책도 없이 무모한 무력증강 놀음을 벌여놓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하고 있지만 이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김 제1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이나 북한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 지도부의 위신을 스스로 실추시키는 행위라고 규탄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통일부] “대통령에 대한 여러 가지 실명 비난 이것도 사실은 도발입니다. 그리고 말로 하는 테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는 개탄스럽고 아주 강력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한편 김 제1위원장의 참관 아래 이번에 시험사격한 신형 방사포는 북한이 지난 3일 동해상으로 쏘아 올린 단거리 발사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