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 중동·아프리카 여전히 드나들어

지난 2014년 쿠바에서 신고하지 않은 무기를 싣고 항해하다 파나마 정부에 적발된 북한 선박 청천강 호. (자료사진)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북한 선박들은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까지 계속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특히 과거 군사 거래 의심을 받던 이란과 소말리아 항구 등에도 자유롭게 입항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유엔 결의에 따른 화물 검색 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불확실합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선박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여전히 중국이었습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의 자료를 조사한 결과 14일 기준으로 지난 한 달 간 해외 항구에 입항한 기록이 있는 북한 선박은 모두 73 척이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 호가 채택되면서 유엔 회원국 입항이 전면 금지된 북한 원양해운회사 (OMM) 소속 선박 27 척은 레이더 망에서 사라졌지만, 제재 대상이 아닌 북한 국적의 선박들은 운항을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이 중 약 85%에 해당하는 62 척의 선박이 란샨과 대련, 텐진, 단둥 항 등 중국의 항구에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3회까지 드나들었습니다. 또 6 척은 블라디보스톡 항구 등 러시아를 방문했습니다.

남은 5 척의 선박은 1 척을 제외한 4 척이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기착했습니다.

1100t 급 선박인 데니즈 호는 지난달 27일 이란의 부셰르 항구에 약 8일 간 정박한 뒤, 이틀 뒤인 6일 부셰르에서 남쪽으로 약 200km 거리에 위치한 톰박 항으로 이동한 상태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알 이만 호는 지난달 30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다 항구에 도착해 약 나흘을 기착한 뒤 12일에는 소말리아의 버베라 항에서 하루를 머물고 떠난 뒤 현재는 레이더 망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입니다.

1천200t급 선박 바산트 호는 지난달 17일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졌고, 일반 화물선인 예크타 호는 지난 11일부터 아랍에미레이트연합의 두바이 항구에 머물고 있지만, 지난 6일 이라크 알파우 항에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북한 선박들이 들른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과거 북한과 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공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실제로 북한은 이란과의 거래를 통해 탄도미사일과 우주발사체의 지상실험에 사용될 밸브와 전기장치, 계측장치 등을 운반한 정황이 드러났었고, 지난 1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북한 선박이 중국을 거쳐 이란과 다른 지역으로 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밀매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2011년 유엔 대북제재 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 보고서는 북한이 소말리아 등 국가들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시리아로 무기를 운송하던 북한 항공기가 이라크 영공을 통과한다는 의혹 때문에 이라크 정부가 북한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 불허 결정을 내린 적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채택된 새 대북 결의는 북한 원양해운회사 소속 선박 27 척이 아니더라도, 북한을 입출항하는 선박의 화물을 의무적으로 검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나라들이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실시했는지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VOA’는 두바이 항구에 정박 중인 야크타 호에 대한 검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연합 외교부와 외교부의 두바이 사무소 등에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