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박이 해외 항구에서 안전 결함 판정과 이에 따른 정선 조치를 받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선박의 노후화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5년 한 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 294 척 중 293 척에서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안전검사를 통과한 북한 선박이 단 1척에 불과했던 겁니다.
‘VOA’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선박을 관리·감시하는 기구인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 (도쿄 MOU)의 선박 안전검사 자료를 확인한 결과 북한 선박에서의 결함 발견률은 99.6%에 달했습니다.
이는 100%를 찍은 자메이카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비율이지만, 검사 대상 자메이카 선박이 북한의 7분의 1 수준인 44 척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북한은 그 어떤 나라보다 결함이 많은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캄보디아가 2천28 척 중 2천8 척에서 결함이 발견돼 99%로 북한의 뒤를 이었고, 398 척 중 392 척에서 결함이 발견된 시에라리온은 98.5%로 네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결함이 발견된 북한 선박 중에는 지난 10월 중국 샤먼 항구에서 검사를 받은 봄산 호가 항해안전장치 관련 결함 13 건을 비롯해 서류미구비 5 건, 화재 안전 4 건 등 무려 46 건의 결함 판정을 받아 가장 문제가 많았고, 태룡강 호와 손봉 호 등이 20 건이 넘는 결함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 선박들 중 일부는 개선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운항을 금지하는 정선 조치를 받았습니다.
북한은 293 척 중 29 척, 즉 10%에 해당하는 선박이 항구에 발이 묶이면서 13.6% 비율을 보인 시에라리온과 13%의 몽골 등에 이어 6번째로 정선 조치 비율이 높았습니다.
정선 조치를 받은 북한 선박 중에는 구조적 결함 2 건과 서류미구비 2 건, 항해안전과 화재안전 장치 결함 각각 2 건 등 모두 9 건을 지적 받은 정강 호가 가장 많은 결함 건수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선박들이 이처럼 결함 판정과 출항정지 조치 사례가 많은 건 선박의 노후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실제로 정선 조치 선박 29 척 중 20 척이 건조된 지 20 년이 넘을 정도로 북한 선박의 노후화 비율은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 건조된 배가 14 척으로 절반에 육박할 정도였습니다.
오래된 선박을 운용하다 보니 각종 안전장치 등에 결함은 물론, 선박 내 시설의 유지, 보수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선박들은 대부분 2000년대 말에 만들어졌고, 가장 오래된 선박도 90년대 중반에 건조됐을 정도로 대체적으로 연식이 짧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 결과 한국은 같은 기간 안전검사를 받은 총 2천93 척의 선박 가운데 1천694 척에서만 결함이 발견됐고, 실제 운항정지 조치를 받은 배는 10 척에 불과했습니다.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는 선박의 안전과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국제협력 기구입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캐나다와 호주, 러시아, 칠레 등 태평양 바다를 끼고 있는 나라 등 모두 20개 나라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고, 북한 등 5개 나라는 옵서버 국가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 위원회 회원국들은 자국 항구에 입항하는 선박의 약 70%에 대해 안전검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 선박들은 모두 중국과 러시아 항구에서만 검사를 받았으며, 운항정지 조치 29 건은 홍콩 1 건을 포함한 중국 항구에서만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