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국에 광물 헐값 수출..."대북 제재로 더 내려갈 듯"

지난달 14일 북중 접경 지역인 북한 신의주 압록강변에 알루미나 포대가 쌓여있다.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모습. (자료사진)

북한이 중국에 지하자원을 헐값으로 수출하면서 최근 5년 간 입은 기회손실이 51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가격 협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북한자원연구소는 21일 ‘북한 지하자원 수출가격 구조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북한이 중국에 각종 지하자원을 국제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파는 바람에 막대한 기회손실을 입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무연탄 등 6 종류의 주요 광물을 중국에 수출해 75억2천80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만일 북한이 통상적인 국제시세로 지하자원을 팔았다면 같은 기간 126억3천만 달러를 벌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51억200만 달러의 기회손실을 본 셈입니다.

이는 북한의 1년 공식 예산의 70%가 넘는 막대한 금액입니다.

품목별로 보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무연탄의 경우 국제시세의 58% 수준으로 중국에 수출했습니다. 국제시세로 팔았을 때 보다 41억 달러의 손실을 본 겁니다.

보고서는 국제 석탄 가격이 높았던 2011년에도 북한은 국제시세의 49% 수준인 t당 102달러에 중국에 수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연탄 이외의 다른 주요 광물들의 지난 5년 간 국제시세 대비 수출가격도 철광석은 76%, 아연광 50%, 동광 23%, 마그네사이트 38%, 그리고 아연괴가 95% 수준에 그쳤습니다.

이 연구소의 최경수 소장은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초하면서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탓에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최경수 소장 / 북한자원연구소] “북한이 헐값으로 중국에 지하자원을 수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만이 갖고 있는 시장의 독점성, 소위 말해서 중국이 갑의 입장에서 횡포를 부릴 수 있다는 북-중 간 지하자원 거래의 특성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겠죠.”

최 소장은 이와 함께 생산시설 노후화에 따른 부실한 품질관리와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생산시설 미비, 그리고 장비와 운송차량 등을 직접 투자하는 중국 측 무역업자에게 헐값으로 물건을 넘겨야 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밖에도 가격 협상의 노하우가 부족한 데다 기업이 아닌 군이나 행정부가 무역업을 주도하는 체제 특성 또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 당시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을 되는대로 마구 팔아먹었다는 죄목을 적시했었습니다.

최경수 소장은 북한의 이런 헐값 수출은 남북한의 교류 단절과 유엔 제재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IBK 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가 더 세지면서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유엔의 새 대북 제재 결의 2270 호에 민수용 광물 수출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모호한 규정이 들어있어 북한으로선 중국 측에 더 끌려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됐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조봉현 박사 / IBK 경제연구소] “북한 광물 수출의 9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대북 제재가 더욱 강화될수록 광물자원의 가격 결정에 있어서 북한은 중국에 대해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조 박사는 이와 함께 광물자원의 국제시세가 하락한데다 중국의 수요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가격 주도권을 쥐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