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대회서 수 차례 핵 언급…"핵 보유 정당성 강조"

9일 북한 평양 4.25 문화회관에서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입장하자 참석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고 있다.

북한은 제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결정서’에서 ‘핵 보유국’임을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같은 주장을 통해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 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8일 진행된 7차 당대회 3일째 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에서 핵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핵무기의 소형화, 다종화를 실현하고 핵 무력을 강화해 북한을 동북아시아 지역의 핵 대국으로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결정서는 또 미국에 의한 핵전쟁 위험을 북한의 핵 억제력으로 종식시키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핵 강국 반열에 들어선 북한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봐야 한다며 북한 적대시정책 철회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결정서는 이어 북한이 핵 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만큼 그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8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론에서도 핵-경제 병진 노선 등 핵 무장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으로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전세계가 비핵화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비핵화도 없다는 의미라는 지적입니다.

외교부는 또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북한은 과거 ‘핵 선제 불사용’을 천명했다가 올해 들어 ‘핵 선제타격’으로 입장을 뒤집은 전력이 있다며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 역시 북한이 스스로를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은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해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모순된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상균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9일 정례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 한국 국방부]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수 차례 핵 언급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인민들에게 핵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핵을 앞세운 국가 비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정은 시기를 대표하는, 김정은 시기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결국 핵 무력- 병진노선이거든요. 이것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오고 했던 거거든요. 핵을 개발한다든가, 핵에 돈을 쓴다든가 이런 것들을 통해 나타나는 제재나 이런 것들, 인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핵 보유, 핵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죠.”

김 교수는 아울러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앞으로도 모든 것을 핵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강성국가에 진입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김정은 체제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도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향후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해서 북미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없다는 것을 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죠.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보면 비핵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동시병행은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중국의 기대가 담긴 것인데 북한은 우리는 비핵화 안 하겠다 얘기를 한 거죠.”

정 박사는 이와 함께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해온 북한으로서는 경제 분야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핵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