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남북간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를 한국 측에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진정성 없는 선전 공세라고 지적하며 대화를 하려면 비핵화 입장부터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당 대회 사흘째인 8일 채택한 당 중앙위원회 결정서에서 남북 군사당국은 물론 다양한 급의 대화와 협상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6일부터 이틀에 걸쳐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남북 간 긴장 해소를 위한 대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특히 군사당국 회담을 열어 군사분계선 일대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남북 상호 관심사들을 포괄적으로 협의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 군사당국 사이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김 제1위원장은 이와 함께 한국이 미국에 추종한 무분별한 정치군사적 도발과 전쟁 연습을 전면 중지하라고 주장하고 군사분계선에서의 심리전 방송과 삐라살포 등 일체 적대 행위를 즉각 중단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입장부터 내놓아야 한다며 북한측의 제안을 일축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통일부] “북한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 개발과 우리를 직접 겨냥한 도발 위협을 지속하면서 이렇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거론한 것은 전혀 진정성이 없는 선전선동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겠습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도 김 제1위원장의 군사회담 제안에 대해 직접적인 제안이라기 보다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회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이해한다며 북한이 스스로 핵 보유국을 자처하며 도발을 자행하면서 대화를 얘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 주한미군 철수와 미-한 연합훈련 중단, 심리전 중단 등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수없이 반복해온 주장으로 논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남북대화와 관련해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평화체제 협상이라는 큰 그림을 갖고 이를 추진하는 데 남북관계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평화 제스처라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북-미 평화협상을 가정하고 남북 관계 측면에서 방해적 요소로 작용해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투트랙으로 북-미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남북관계가 장애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북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겁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인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의 대화 제안은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 보다는 박근혜 한국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현준 박사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박근혜 정부가 모든 것들을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지 자꾸 북한 제도 통일을 추구한다든가 북한 붕괴 전략으로 삐라라든가 방송을 한다든지 그런 것을 하지 말라는 거죠. 만일 그런 것이 관철이 안되면 자기들로선 핵 개발이나 남북대결 구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도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김 제1위원장이 박근혜 정부와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을 지 의문이라며 당 대회에서 천명하는 노선이나 정책이 향후 5년~10년을 내다보며 발표하는 것인 만큼 한국 차기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고려한 발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당 중앙위원회 결정서에서 연방제 통일을 거듭 주장하면서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새로운 통일 방안을 제시하진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