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영 매체들이 최근 폐막된 북한의 7차 노동당 대회에 대한 외신 보도를 연일 왜곡해 선전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독재를 비판한 기사 내용을 감추고 최고 지도자에 대한 찬양 기사로 둔갑시켰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지난 9일 폐막된 7차 노동당 대회에 초청한 외신들의 반응을 체제 선전에 유리하게 왜곡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2일 역사적인 당 대회를 세계 여러 나라 언론사 120여 명의 기자들이 활발하게 취재했다며 전 세계 언론이 평양의 발전상을 칭송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녹취: 우리민족끼리] “눈부시게 비약하는 우리 조국의 현실을 직접 목격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 13일엔 한국 주요 언론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정치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며 북한의 강성국가 건설위업은 승리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사실인 양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도 외신 보도를 체제 선전에 유리하게 해석해 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캐나다 ‘CBC방송’이 평양 현지에서 김 제1위원장의 참석 하에 지난 10일 평양시 군중대회가 성대하게 진행됐고 대회는 영도자에 대한 지지를 과시했다고 보도했다고 20일 전했습니다.
또 ‘타이 더 네이션 TV 방송’은 문수물놀이장과 릉라인민유원지에서 휴식을 즐기는 주민들의 모습을 소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외신 취재기자들은 북한 당국이 당 대회 관련 소식을 자신들의 관영매체를 통해서만 접하도록 취재를 제한했고 평양 명소 위주로만 취재 안내를 한 데 대해 잇따라 항의했습니다.
또 당 대회에서 비춰진 북한의 모습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쏟아냈습니다.
미국 ‘CNN’은 북한 언론이 완벽하게 국가 소유로 통제돼 정권 비판 내용은 한 줄도 쓸 수 없고 대부분 정권을 찬양한다고 보도했습니다.
‘NBC’는 북한이 독재자에 의해 통치되는 가장 억압된 나라라고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영국 ‘BBC’도 평양 군중대회가 이제 막 핵을 보유한 국가의 전체주의적 대중동원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방송 기자 출신인 탈북자 장해성씨는 당 대회 같은 대형 이벤트를 하고 나면 이를 체제 선전에 활용하기 위한 보도 방침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승인받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해성씨/탈북자, 전 조선중앙방송 기자]“대외 인민들이 그러니까 외부 기자들이 김정은에 대해서 높이 칭송하는 내용을 보도하겠다, 이런 내용의 제의서를 올렸을 겁니다. 김정은은 이를 오케이하면서 사인했을 것이고 그러면 그 방향으로 할 수 밖에 없어요.”
한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VOA’에 김 제1위원장으로선 당 대회가 끝난 뒤 첫 번째 관심사가 외부 세계의 평가였을 것이라며 젊고 외국 유학 경험이 있는 김 제1위원장이 실제 외신 보도 내용을 모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수령의 절대적 권위로 유지되는 체제의 경직성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령에 대한 절대권위 그리고 그에 대한 선전선동 그게 만약 허물어지면 북한이 전체적으로 붕괴되는 거죠. 그러니까 그것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이미 구축이 됐다, 그리고 본인이 (외신 보도 내용을) 아느냐 모르느냐 문젠데 당연히 알고 있죠. 그렇게 돼야만 굴러 갈 수 밖에 없는 정치 시스템이다, 이렇게 평가할 수 있죠.”
당초 외신을 통해 대대적인 선전전을 펴려고 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으면서 북한으로선 보도 내용을 왜곡하면서까지 최고지도자의 우상화 작업에 활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