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노동당 대회 이후 갑자기 대화 공세를 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국 내 여론 갈등을 키우고 국제 제재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런 유화공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군사회담 제의가 한국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약화를 노린 유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 당국의 제의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언급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본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이것은 나아가서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면서 국제적으론 국제 제재의 균열을 기도하는 그런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국방위원회 공개서한과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담화, 원동연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담화 등을 통해 남북 군사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는 파상적인 대화 공세를 펼쳤습니다.
정 대변인은 무엇보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근본문제인 핵 문제를 외면한 채 군사회담을 제의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북한이 말하는 평화는 ‘비핵화가 없는 가짜 평화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미국과 중국도 북한의 이런 선전공세의 속셈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보조를 맞춰 대북제재를 더 강력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화를 언급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도 북한이 당 대회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막말 비방과 청와대 폭파 동영상 공개 등 위협적인 태도로 일관하다가 대화 공세로 돌변한 데 대해 실질적인 대화 제안이라기 보다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끌어 내기 위한 선전전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당 대회를 통해 핵 억제력을 공포하고 권력 체제를 정비하고 난 뒤 대외관계 안정화에 나선 조치라며 수령체제 특성상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사안인 만큼 당분간 북한의 대화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 동국대 북한학과] “대미 평화협상에 대한 명분축적용일 수 있고 또 하나는 제재와 압박을 좀 완화시키려는 유화 제스처일 수도 있고 그런 복합적 의도를 갖고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군사회담을 제의한 것은 자신들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한반도 긴장 완화를 회담 명분으로 앞세운 것은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를 의식한 행동이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이번 제안은 중국에 대해서 북한이 뭔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리고 중국의 입장에서도 군사적 긴장 완화라고 하는 데서 일정하게 일치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측의 대북 전단 살포나 확성기 방송이 북한 당국에 실질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이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그만큼 심각한 현안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대북 삐라 살포나 대북 방송에 대한 정치적 부담, 이런 것들이 상당히 있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를 통해서 이런 문제를 다루기 위한 군사회담 필요성을 제기한 상황에서 그런 점에서 삐라 살포나 대북 방송과 같은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군사회담을 보다 적극적으로 제의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장 박사는 북한이 다음달 15일 6.15 선언 16주년 기념행사, 8월에 있을 광복절 행사와 미-한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실시 등과 맞물려 대화공세 수위를 높이면서 이를 명분 삼아 모종의 도발 카드를 준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