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 들어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량이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곡물 생산이 부진했는데도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은 ‘장마당’으로 불리는 시장 기능이 활성화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곡물 수입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단체인 GS&J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 4월까지 2천363t, 금액으론 120만7천 달러어치 곡물을 중국에서 들여왔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1만9천87t이었습니다.
GS&J 북한.동북아연구원 원장인 권태진 박사는 북한이 지난해 심각한 가뭄 때문에 가을 작황이 부진했고 전년 같은 기간 보다 주민들에 대한 곡물 배급량이 줄었는데도 이처럼 곡물 수입 실적이 저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지난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을 전년보다 6% 정도 감소한 542만t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올해 곡물 부족량이 69만4천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은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 NK’에 따르면 지난 25일 현재 북한 장마당의 쌀 가격이 1킬로그램에 북한 돈 5천원 정도로 파악됐습니다.
권 박사는 이런 현상에 대해 북한 당국의 곡물 재고가 일부 부족한 공급을 메워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 들어 활성화된 시장 기능 덕분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 GS&J Institute] “최근 들어 김정은 정권 이후에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해선 그렇게 통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장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작년의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죠.”
북한 내부 소식을 전하는 한국 내 인터넷 매체인 ‘뉴 포커스’ 장진성 대표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곡물가격 안정은 국가 차원의 식량 생산이 잘 돼서가 아니라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개인농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전문 매체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도 밀수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곡물들이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 자유북한방송] “중국에서 밀수를 해서 들여온다거나 아니면 군 부대에서 흘러 나온다거나 배급자인 중앙공무원들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그런 쌀들이 시장에 유입돼서 활성화 돼 돌아가기 때문에 대북 제재와 당분간 연관이 안 되죠.”
한편 북한은 올 들어 3월까지 중국에서 비료를 대거 수입했지만 4월 한 달 간은 수입 규모가 급격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GS&J에 따르면 북한은 4월 한 달 간 1천572t의 비료를 중국에서 들여왔습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석 달 동안 무려 14만8천654t을 수입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북한이 1월부터 3월까지 수입한 비료의 양은 지난 한 해 수입한 양의 2 배가 넘는 수치였습니다.
권태진 박사입니다.
[녹취: 권태진 박사 / GS&J Institute] “북한이 1, 2, 3월 동안에 금년에 필요한 비료를 이미 다 확보했다, 이제는 비료를 대량으로 수입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그런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권 박사는 북한 당국이 지난해 식량 작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또 다시 부진할 경우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비료를 일찌감치 수입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