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향후 대북 제재 공조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시아 안보회의, 일명 ‘샹그릴라’ 대화에 중국 대표로 참가한 쑨젠궈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은 지난 5일 30여 개국 국방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본회의 주제연설에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사드 배치가 동북아 안정을 잠식할 것이라며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를 정면으로 반대한 겁니다.
[녹취: 쑨젠궈 부참모장 / 중국 인민해방군]
쑨젠궈 부참모장은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전개하는 것은 한반도에 필요한 방어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의 아나톨리 안토노프 국방차관도 주제연설에서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방어협력이 전략적인 안정을 파괴해선 안 된다며 사실상 사드 배치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과 한국이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를 추진하면서 불거진 미-한과 중-러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는 양상입니다.
한국 정부는 사드를 둘러싼 북 핵 관련국들 간 갈등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대북 제재 공조에 관련국들 특히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민구 국방장관은 4일 주제발표에서 사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또 쑨 부참모장은 한 장관과 가진 별도 회담에서 사드가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중국이 사드를 과대평가해서 본다며, 사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방어용 무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사드 문제가 미-중 간 갈등이 커지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겹치면서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입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중국의 계산은 대북 압박에 적극 참여하면 사드 카드가 좀 수그러들길 바랬던 것인데 한국은 거기에 대해서 좀더 유보적이거나 유연한 자세로 반발자국 정도 물러났는데 미국은 강력하게 밀어 부치고 있잖아요. 이번에 리수용 방중 때 시진핑이 직접 만나준 것도 그렇고 쑨젠궈가 샹그릴라 대화에서 공개적으로 강력하게 발언하는 것도 그렇고 중국의 반격이다, 그렇게 볼 수 있죠.”
이처럼 사드 문제를 둘러싼 미-한과 중-러 사이의 갈등이 향후 대북 제재 공조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중국으로서는 미국이 북 핵 문제를 빌미로 사드 배치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를 통해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대북 압박에서 북한 끌어안기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중국 역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러시아도 역시 같은 입장인 것 같고요. 미국의 경우엔 여기에 대해서 압박 국면을 더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의 큰 견해차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중 간 사드를 둘러싼 대립으로 표출됐다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미-한 두 나라는 지난 3월부터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사드를 배치할 지역과 시기, 비용 등을 검토 중이며 그 결과가 나오면 양국 정부가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