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드 주변국 겨냥' 주장, 국제사회 결속 이완 노려"

지난 2013년 9월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시험발사 장면. 사진 제공: 미 미사일방어청.

북한 외무성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편승해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 결정에 대해 주변나라들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1일 담화에서 미-한 양국이 배치를 결정한 사드가 한반도의 주변나라를 겨냥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며 주변국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밝혔다고 북한의 관영매체인 ‘평양방송’이 보도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북한을 1차 공격목표로 삼는 동시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고 지배주의적 야망을 실현하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주변나라가 어디인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언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은 앞서 11일 오전 인민군 총참모부 포병국 명의의 ‘중대경고’에서도 미국이 아시아판 ‘나토’를 구축해 동북아시아 지역의 대국들을 견제하고 군사적 패권을 거머쥐려 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 배치 반발 움직임에 편승해 미국과의 대결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북한이 대북 제재와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사드 문제로 돌려 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결속과 합의를 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제재 이슈를 사드 문제로 돌리면서 한-미-일 대 중국, 러시아의 간극을 넓혀서 결국은 더 합심해서 대북 제재를 할 수 있는 것을 완화시키는 의도인 거죠. 북한 입장에선 그런 점에서 안보상 북-중-러 대 한-미-일 구도로 가는 게 국가이익에 더 부합하는 상황이죠. 그런 맥락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거죠.”

전 박사는 북한이 사드 배치에 대한 수사적 외교를 펼치면서도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으로 사드 배치를 강조한 만큼 대남 위협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이상숙 박사도 북한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과 러시아 편을 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우호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중 관계 회복은 물론 미-중, 한-중 관계 균열을 노린 움직임으로 결국 북한의 목적은 대북제재 완화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이상숙 박사 / 한국 국립외교원] “중국 편을 들어주면서 그런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이는 게 북-중 관계에 좋을 것이기 때문에, 북-중-러 구도 만들려는 의도도 충분히 있을 거구요. 지금 상황에서는 대북 경제제재에 대해서 중국이랑 러시아가 협력적이지 않아야 북한한테 유리한 거잖아요.”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사드는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닌, 방어용 무기체계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민구 한국 국방부 장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사드는 단순한 방공 포병 중대인데 주변국에서 과도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주변국과 한국 내에서 일개 포병 중대인 사드를 너무 거창하게 생각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윤병세 한국 외교부 장관도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해 사드는 제 3국을 겨냥한 게 아니며 주변국들의 전략적 이익을 저해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한반도 주변국에 분명히 했다고 밝혔습니다.

윤 장관은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협의 발표 이후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에 대한 자위권 차원에서 검토되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장관은 사드 배치 결정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북한이 핵 타격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위 조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