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대응

지난 2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안보리 긴급 회의를 마친 사만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운데)가 오준 유엔주재 한국대사(오른쪽), 벳쇼 코로 유엔 주재 일본대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최근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에 실패했는데요, 이를 계기로 안보리가 지금까지 북한의 도발에 어떤 대응을 해왔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3일 사만다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한국과 일본 대사들과 함께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녹취: 파워 대사] "…another grave threat to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another….”

파워 대사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강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미-한-일 3국 대사들은 당초 채택이 예상됐던 안보리의 대북 언론성명에 대해 노력하고 있다고만 대답할 뿐 확답을 하진 못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뒤인 10일, 유엔의 외교소식통은 ‘VOA’에 “언론성명은 끝났다”고 말하며, 채택 논의를 공식적으로 종료했다고 전했습니다.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과반수가 동의를 해야 하지만,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외교부는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 반대를 언론성명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취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한 3가지 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언론성명은 통상 1~2 쪽 분량의 성명이 회의장 밖에서 배포되며, 해당 국가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한 건 지금까지 총 8 차례입니다. 특히 지난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제외한 나머지 7 건은 모두 올해 채택됐습니다.

언론성명은 주로 북한의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한에는 국제사회와 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해 자제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언론성명 외에 유엔이 취할 수 있는 조치로는 의장성명 발표와 결의안 채택이 있습니다.

의장성명은 각 이사국이 한 달씩 돌아가며 맡고 있는 의장이 직접 규탄하는 내용 등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는 것인데, 언론성명과 다른 점은 회의장 내에서 의장이 직접 읽는다는 점입니다.

회의장 내에서 성명을 읽기 때문에 회의록에 공식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북한은 지난 2010년과 2012년 각각 한국 천안함 폭침 사건과 장거리 로켓 ‘광명성 3호’ 발사로 인해 의장성명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또 안보리는 2009년 ‘광명성 2호’를 발사한 북한을 의장성명을 통해 규탄했습니다.

1990년대에는 핵확산방지조약 (NPT)을 탈퇴한 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촉구하는 3건의 의장성명을 비롯해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이 회의장에 낭독됐습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언론성명과 의장성명과 달리, 결의안 채택은 유엔 회원국들이 해당 국가에 제재를 가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강력한 조치로 평가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금까지 총 7차례 북한을 대상으로 한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이 중 5개의 결의가 제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올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른 안보리의 대응도 제재를 포함한 결의안 채택이었습니다.

[녹취: 마르틴스 대사] “The result of the voting is the following, the draft resolution received 15 votes in favor…”

3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앙골라의 이스마엘 가스파르 마르틴스 유엔대사는 대북 결의 2270호가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조처를 담고 있다고 평가된 2270호에는 북한의 석탄 등 광물에 대한 수출 금지와 북한 출도착 화물의 의무 검색, 북한 선박 등에 대한 입항 금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안보리가 제재를 담은 첫 대북 제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으로 인한 대북 제재 1718호인데, 여기에는 대북제재위원회를 구성해 북한을 감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북한의 2차 핵실험이 감행된 2009년에 채택된 1874호와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된 2013년의 2087호, 2013년 3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2094 호 등이 북한을 압박하는 제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이처럼 법적 구속력이 뒤따르는 등 사안이 가볍지 않고, 여기에 각국의 이해관계 등이 얽히면서 채택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2270호의 경우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 끝에 56일만에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남은 2가지 대응, 언론성명과 의장성명 채택이 더 수월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결의안 채택을 포함한 3가지 대응 모두 5개 상임이사국 미국과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의 만장일치 동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가장 낮은 수위인 언론성명마저도 상임이사국 사이의 작은 외교적 분쟁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에 러시아가 반대했는데, 외교가에선 당시 시리아 사태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성명만 보더라도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관련국들의 엄청난 노력이 뒤따른다”면서 “언론성명의 특성상, 시일이 많이 지나면 동력을 잃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