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영호 전 공사 '범죄자' 매도는 주민 동요 방지용"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영국공산당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자료사진)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최근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공사를 범죄자로 매도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고 추가 탈북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그동안 엘리트가 망명하면 남측의 납치라고 왜곡하면서 자금횡령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등 범죄자로 모략하며 비난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또 망명 인사들에 대해 ‘인간쓰레기를 없애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공개적으로 위협해 왔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한국으로 망명한 사실이 확인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오른쪽)가 지난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영국 가수 에릭 클랩튼의 런던 공연장을 찾았을 때 에스코트하던 모습. 일본 TBS 방송화면 캡처.

이에 앞서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범죄자로 몰면서 한국 정부가 ‘반공화국 모략선전’을 벌이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동족대결의 새로운 모략극’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한국 정부가 영국주재 북한대표부에서 일하다가 범죄 행위가 폭로되자 법적 처벌이 두려워 가족과 함께 도주한 자를 끌어들이는 놀음을 벌여놓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통신은 이어 북한 중앙검찰소가 도주자의 범죄 자료를 료해하고 지난달 12일 고의적 비밀누설죄와 재산 횡령 범죄, 그리고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수사 시작 결정서를 발급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논평은 한국 정부가 지난 17일 태 전 공사의 망명을 공식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북한 당국의 첫 공식반응입니다.

이보다 앞서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일본에 있는 ‘조미평화센터’의 김명철 소장은 지난 18일 영국의 일간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태 전 공사의 망명이 한국 정보기관의 전형적인 작업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 소장은 한국 정부가 ‘돈 또는 여자들로 전세계 북한 외교관들을 유혹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정준희 한국 통일부 대변인이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한국 망명에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 관영매체나 관련 인사들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지난 19일 기자설명회 발언입니다.

[녹취 :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당연히 자발적으로 갔다고 하면 자기 체제에 대한 어떤 비하, 그리고 패배감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쪽이나 다른 유혹에 빠져서 갔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북한의 이런 주장은 태 전 공사를 범죄자로 몰아 망명의 의미를 축소하고 한국 당국에 책임을 돌림으로써 김정은 체제에 대한 북한 주민의 동요를 막고 추가 탈북을 억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태 전 공사 자신은 탈북 동기와 관련해 북한사회에 대한 혐오감과 자유세계에 대한 동경이라고 밝혔다고 한국의 관계 당국은 전했습니다.

통일부 정 대변인의 지난 17일 발표 내용입니다.

[녹취 : 정준희 대변인/ 한국 통일부] “태 공사는 탈북 동기에 대해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그리고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이외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TV',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주민들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다른 매체는 22일까지 태 전 공사의 망명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태 전 공사의 망명 관련 소식을 북한 주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언급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할 말은 외부에 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