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최근 들어 외교관 등 북한 각계 인사들의 한국 망명이 늘어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망명에 대해 오늘 (19일) 현재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망명과 관련해 북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9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태 공사 망명에 대해 북한의 공식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꼭 탈북 이런 게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반응을 보인다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 내부에서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서 북측도 신중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걸로 봅니다.”
정 대변인은 또 태 공사의 망명이 한국 정보당국의 유혹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는 북한 관계자의 주장에 대해선 ‘자발적으로 한국으로 갔다고 하면, 북한체제를 비하하고 패배를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게 북한의 처지가 아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일본 소재 조미평화센터 김명철 소장은 18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태 공사의 망명에 대해 한국 정보기관들의 전형적인 작업으로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책략의 일부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들어 북한의 각계각층 인사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있고 본인의 자유의사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망명한 사람들의 신변안전과 외교적인 문제를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노동당 자금을 관리하던 유럽 내 북한 주재원이 지난해 말 수 백만 달러 규모의 돈을 갖고 잠적했고 현재 유럽의 한 국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달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사라진 북한대사관 소속 3등 서기관이 가족과 함께 최근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북한 외교관의 망명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대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그 체제가 싫은 거겠죠. 결국은 그 체제에서는 도저히 그 사람이 앞으로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나왔을 겁니다. 그러면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이 뭘까 그것도 당장 우리의 금년도에 벌어지는 대북 제재 국면과 결코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김형석 통일부 차관도 이보다 앞서 18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 특강에서 태 공사의 망명에 대해 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차관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13명의 집단 탈북이나 특권층 탈북은 북한체제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라며 북한 엘리트층이 균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심리적인 압박이 되고 결국 국제사회와 협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 ‘연합뉴스’는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태 공사가 지난달 중순 한국 정부 측에 직접 망명 의사를 표시했고 이어 지난달 하순 제3국을 거치지 않고 영국에서 한국으로 직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외신 보도에 따르면 태 공사의 자녀는 아들 2명과 딸 1명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그러나 태 공사의 망명 과정이나 자녀 수, 그리고 자녀들을 한국에 데리고 온 상황 등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