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가 북한 고려항공의 입항을 불허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최근 몇 차례 착륙 허가를 거절한 파키스탄 당국은 이번 결정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 이행의 일환이라고 밝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30일 쿠웨이트 행 고려항공 JS161편이 과거 몇 년 간 중간 경유지로 이용했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슬라마바드에서 동북쪽으로 약 1천700km 떨어진 중국의 우루무치공항에 기착한 뒤 쿠웨이트로 향했고, 돌아오는 JS162편 역시 우루무치를 들렀다 평양으로 되돌아갔습니다.
‘VOA’ 취재 결과 이번 중간 경유지 변경은 파키스탄 당국이 고려항공에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파키스탄 민간항공국 (CAA) 관계자는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착륙 불허 결정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2270호가 유지되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앞서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당국이 지난 7월에만 고려항공의 착륙 허가를 3차례 거절했고, 추후 허가 여부에 대해선 결정된 게 없다고 ‘VOA’에 밝힌 바 있습니다.
고려항공이 마지막으로 이슬라마바드를 경유한 건 지난 6월28일입니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대북 항공유의 판매와 공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북한 민항기의 해외 급유는 예외로 허용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슬라마바드공항에서 고려항공이 급유를 한다고 해도 이 자체가 파키스탄 당국이 2270호를 위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2270호가 북한을 출발하거나 북한으로 향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의무 검색 규정을 두고 있어, 파키스탄 당국이 2270호의 완전한 이행을 하려면 해당 항공기에 실린 화물은 물론, 승객들의 짐까지 의무적으로 검색해야 합니다.
파키스탄 당국은 지난 6월 안보리 대북 제재 1718 위원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2270호의 제재 내용을 자국 법에 편입시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려항공은 지난 몇 년 간 매달 한 차례 쿠웨이트 시티를 왕복하는 노선을 운영하면서, 중간 급유를 목적으로 이슬라마바드공항을 활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운항에서 이슬라마바드를 경유할 때보다 더 북쪽으로 우회에서 운항하는 바람에 해당 노선은 평소보다 2시간 이상 더 걸렸습니다.
또 이슬라마바드를 경유할 땐 ‘중국-파키스탄-이란’ 등 3개 나라 상공을 차례로 통과한 뒤 쿠웨이트에 도착했지만, 우루무치를 경유하면서 중국과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 순서로 2개 나라 상공을 더 지나게 됐습니다.
이 노선은 주로 중동의 북한 노동자들을 수송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번 결정으로 고려항공이 이착륙을 하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쿠웨이트 단 3곳으로 좁혀지게 됐습니다.
현재 고려항공은 쿠웨이트 노선과 별도로 중국 베이징과 셴양, 상하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여객기를 띄우고 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