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최근 한반도 상공에 미군 전략 폭격기가 전개된 데 대해 자신들도 이에 맞서 다른 공격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5차 핵실험에 이은 추가 도발 의지를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현지 시간으로 15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운동 각료회의에서 북한은 전략폭격기를 한반도 상공에 투입한 미국의 도발에 맞서 다른 공격을 개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리 외무상은 또 북한이 지난 9일 벌인 5차 핵실험은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였고 한반도에서의 미군 활동에 맞서기 위한 정당한 방어정책이라고 강변했습니다.
자신들의 핵 무장이 미국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위협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거듭 주장한 겁니다.
미국은 지난 13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응해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 2대를 한반도 상공에 투입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지 나흘 만에 미국이 광범위한 파괴력을 갖춘 전략무기인 B-1B를 한반도에 전개한 것은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리 북한 외무상이 추가 공격을 언급한 데 대해 미국의 무력시위에 위축되지 않겠다는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모종의 대형 추가 도발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입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리용호 발언은 비동맹회의 제3세계 국가들을 향해서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이 첫 번째 있다고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리용호가 추가 도발을 염두에 두고 했다면 대남 도발 이런 것 보다는 본격적인 ICBM급 시험발사라든지 아니면 추가 핵실험 특히 수소폭탄 핵실험 같은 게 북한이 할 수 있는 도발 유형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 될 수 있는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 추가 핵실험과 관련해선 한국 군 당국도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에 핵실험을 또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군의 전략폭격기에 대한 요격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북한이 지대공 미사일의 시험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한편 리 외무상이 참석한 비동맹운동 각료회의는 주요 강대국 블록에 공식적으로 속하지 않거나 이에 대항하려는 국가들로 이뤄진 국제조직인 비동맹운동 회원국들의 모임입니다.
비동맹운동은 120개 회원국과 17개의 옵서버 국가로 구성돼 있고 북한은 지난 1975년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해 체제 선전과 지지세력 확보를 위한 국제 무대로 활용해 왔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리 외무상이 이번에도 북한 핵 무장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5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 제재 분위기를 완화시키는 데 활용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자신들의 핵 보유가 미국의 공격에 맞선 정당한 자위적 조치라고 강변함으로써 결국 자신들에게 돌아오고 있는 부정적 여론, 제재나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비동맹 무대를 통해서 자신들의 위상 또한 높이려는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 외무상은 비동맹회의 참석에 이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오는 24일 기조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