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국 대통령이 지난 1일 국군의 날에 행한 기념사에서 대통령의 공식적인 대북 발언으론 이례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정면으로 비난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폭정에서 벗어나 한국으로 오라고 한 발언은 북한 정권을 고립시키려는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한국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한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겠다며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을 찾아 한국으로 오라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박근혜 한국 대통령] “북한 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길 바랍니다.”
한국의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사실상 탈북을 권유한 발언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 당국에는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고 군사적 긴장을 높여 정권 안정과 내부 결속을 이루려 하지만 이는 착각이라며 핵-경제 병진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이 심화돼 체제 균열과 내부 동요는 더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한국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발언이 핵과 미사일을 추구하면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대한 고강도 압박의 의미로 풀이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차두현 초청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차두현 초청연구위원 / 한국 통일연구원] “계속적으로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을 하는 한 대화 보다는 압력이 선행될 수 밖에 없고 거기서 고통이 가중되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다, 결국은 대화상대로 생각 안하겠다, 대신 북한 주민들을 돌보겠다 라는 얘기거든요.”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월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분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 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달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북한 정권과 주민들을 분리시키려는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입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북한 주민들과 김정은 정권의 분리를 통해서 체제 붕괴까지 노리는 그런 차원의 상당히 강한 메시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또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내 급변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군 당국에 주문했습니다.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엘리트층 마저 연이어 탈북하고 있다며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 상황에 대해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의 생존 전략이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짙게 깔린 발언으로 분석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막말을 동원해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3일 정세논설에서 박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동족대결과 적대의 독기를 쏟아냈다며 탈북을 선동하는 헛소리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반발했습니다.
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6개월이면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북한 붕괴라는 그림은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산산이 깨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대한 흡수통일 의지를 강하게 드러냄으로써 앞으로 북한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