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오늘(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대형 도발을 하진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북한이 언제든 도발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1주년 기념일인 10일 핵이나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잠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당 창건일 당일 도발을 감행하진 않았지만 최고 지도자의 결심만 서면 곧바로 도발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며 긴장을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의 10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은 핵이든 미사일이든 언제든 도발할 준비는 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특별히 시점 등과 관련된 특별한 동향을 파악한 건 없습니다.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고 만전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한이 당 창건일 당일 도발을 하지 않는 이유가 기술적인 문제인지 정치적 판단인지에 대해선 명확하지 않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국이 이전과는 달리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유례없이 강력한 사전 압박 조치들을 취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미국이 5차 핵실험 이후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이번 경우엔 상황 악화를 적극적으로 방지하는 그런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B1-B가 두 번이나 왔다갔다 하고 사만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한국에 와 있고 로널드 레이건 호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게 볼 수 있죠.”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핵 고도화의 궁극적 목표가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완료라는 점에서 추가 실험의 필요성은 늘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이유로 도발이 미뤄지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5차 핵실험을 하고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괄목할 만한 핵 기술 수준을 과시하기 어렵고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도 지난달 20일 공개한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엔진을 장착하기엔 아직은 기술적으로 불안한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북한이 당분간 실제 도발에 나서진 않고 위협적인 행동만 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을 쓸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북한은 현재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과 로켓 발사대가 있는 평안북도 동창리, 그리고 강원도 무수단 미사일 기지 등에서 도발 준비로 보이는 행동들을 동시에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이런 움직임 때문에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한꺼번에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북한이 당분간 이 같은 위협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데 대해서 밀리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당장 행동으로 나서진 않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에 밀리지 않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그런 시설들을 간접적으로 가동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한이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노리고 있을 것이라며 다음달 8일 치러지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새로운 미국 대통령은 굉장히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 공세적으로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내달 미국 대선 아니면 새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는 대형 도발이 예고돼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이런 도발 위협을 통해 자기들에게 유리한 방식의 협상의 장이 만들어지도록 미국은 물론 중국도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