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선결과 불복 시사...'클린턴, 세 차례 TV토론 모두 승리'

19일 라스베거스 네바다 대학교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토론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왼쪽)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미국 내 주요 뉴스를 정리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수요일(19일) 미국 서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통령 후보 TV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참가한 이번 토론회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토론회였는데요.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 또 토론회 반응과 뒷얘기까지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진행자) 네, 말씀하신 대로 수요일(19일)에 대선 후보 3차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기자) 네, 시작부터 끝까지 매우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에 후보들이 악수하는 게 관례인데요. 시작할 때도 끝났을 때도 악수는 없었습니다.

진행자) 지난 2차 토론회 때는 그래도 토론회가 끝난 뒤에 두 후보가 악수를 나눴는데요. 이번에는 그마저도 없었군요. 이렇게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토론회, 어떤 문제가 다뤄졌나요?

기자) 네, 경제와 이민, 외교 정책은 물론이고, 누가 더 대통령에 적합한지, 대법관 지명 문제와 총기 문제, 후보들이 설립한 자선재단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논의됐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 가장 관심을 끈 발언은 후반부에 나왔는데요. 11월 8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에 그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트럼프 후보가 확실한 대답을 회피한 겁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월러스 진행자-트럼프 후보] “That you will absolutely accept…”

기자) 이번 토론회 진행을 맡은 크리스 월러스 폭스 뉴스 기자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느냐고 묻자, 트럼프 후보가 그때 가서 얘기하겠다고 답한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언론이 정직하지 못한 보도를 하면서 유권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불만을 토로했고요. 유권자 등록 명단에 올라가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올라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했는데요. 진행자가 선거 결과를 수용할 것이냐고 재차 묻는데도 확답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애태우며 기다리게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클린턴 후보는 어떻게 반응했나요?

기자) 충격적이란 반응을 보였는데요. 클린턴 후보의 말입니다.

[녹취: 클린턴 후보] (12초-적당히 줄여주세요) “He is denigrating and taking down our democracy…”

기자) 트럼프 후보가 미국 민주주의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건데요.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그런 입장을 보인다는 데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토론회 다음 날인 목요일(20일) 자신이 승리하면 선거 결과를 물론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국 정부가 클린턴 후보 측 이메일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했습니다. 러시아가 트럼프 후보를 돕기 위해서 벌인 일이란 건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가 오갔습니까?

기자) 네, 이 문제를 놓고 두 후보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번 일이 러시아의 소행이란 사실을 트럼프 후보가 인정하고 러시아를 비난할 것인지, 또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사실을 확실히 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는데요. 두 후보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20초- 트럼프 나오면 적당히 줄여주세요) “Finally, will Donald Trump admit and condemn…”

기자) 클린턴 후보는 앞서 트럼프 후보가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간첩 행위를 부추긴 일이 있는데, 이제는 이를 거부할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실제로 러시아가 해킹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러시아를 비난하겠지만, 중국이나 다른 나라가 배후에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좋게 얘기했는데, 러시아와 미국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ISIL)를 함께 격퇴하려고 한다면, 좋은 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최근 트럼프 후보가 여성비하 발언과 성추행 의혹으로 논란의 대상이 됐는데요. 트럼프 후보가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사과했습니다만, 성추행 의혹은 부인하고 있죠?

기자) 맞습니다. 수요일(19일) 토론회에서도 거듭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습니다. 너무 터무니 없는 일이어서 아내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클린턴 후보] “Well first of all, those stories have been…”

기자) 트럼프 후보는 여성들의 주장이 대체로 맞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는데요.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을 알지 못한다면서, 클린턴 후보 측에서 부추겨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이들 여성을 옹호했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여성의 자존감을 떨어트리고 여성을 하찮은 존재로 무시하면서 스스로 잘났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며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후보의 말과는 달리, 여성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란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그동안 두 후보는 서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공격했는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네, 그동안 선거운동 과정에서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왜 지금까지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는데요. 이날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클린턴 후보] “She’s been doing this for 30 years…”

기자)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가 30년 동안 공인으로 살아왔는데, 그동안 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클린턴 후보는 지난 30년 동안 자신이 해온 일과 트럼프 후보가 해온 일을 비교해가며 설명했는데요. 예를 들어서 클린턴 후보가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보고 있을 때, 트럼프 후보는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오사마 빈 라덴은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 사건의 주모자인데요. 지난 2011년에 미군 특수부대의 총격으로 사망했죠.

진행자) 그밖에 또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기자) 네, 이번 토론회는 연방 대법원에 관한 얘기로 시작했는데요. 클린턴 후보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법원이 돼야 한다면서, 동성혼과 낙태 허용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에 트럼프 후보는 보수적인 판사들을 새로 대법관으로 지명하겠다면서, 그러면 낙태 허용 판결이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고요. 특히 총기 소지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2조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클린턴 후보는 수정헌법 2조를 지지하지만, 총기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후보들의 재단 문제도 나왔다고 했는데요. 얼마 전에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가 각각 자선재단 문제로 곤혹을 치렀죠?

기자) 네, 트럼프 후보는 재단 돈을 개인 용도에 썼다는 의혹이 나왔고, 클린턴 후보는 외국 정부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점이 논란이 됐는데요. 클린턴 후보는 이날(19일) 토론회에서 트럼프 후보가 자선재단 기금으로 대형 초상화를 구입하고 소송비를 냈다며 비난했고요. 트럼프 후보는 클린턴 후보 재단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나라는 동성애자들과 여성을 탄압하는데, 소수계 권익을 옹호한다는 클린턴 후보가 어떻게 그런 돈을 받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진행자) 네, 상당히 많은 문제가 다뤄졌는데요. 한반도 관련 얘기는 없었나요?

기자) 핵무기와 방위 분담금 문제로 잠깐 거론됐을 뿐, 특별히 논의되진 않았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동안 얘기해온 대로 동맹국들과의 협정을 새로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 독일, 한국 등을 방어하는 비용을 미국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클린턴 후보는 트럼프 후보가 우방과의 동맹을 깨트리려 한다며 비판했는데요. 이들 나라와의 동맹이 중요하다면서, 동맹은 전 세계와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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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수요일(19일)에 열린 대선 후보 마지막 토론회 소식 전해 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토론회 반응과 뒷얘기를 좀 들어볼까요? 먼저 이번에 누가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까?

기자)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입니다. 전문가들과 언론은 이번에도 클린턴 후보의 손을 들어줬는데요.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클린턴 후보가 트럼프 후보를 어떻게 상대하는 게 좋은지 마침내 깨달은 것 같다면서, 그동안 세 차례 토론회 가운데 이번에 가장 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도 이전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특히 선거 결과를 수용할지 확실히 밝히지 않은 건 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선거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보겠다, 이런 트럼프 후보의 발언이 계속 문제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기자) 네, 전문가들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데요. 애리조나주립대학교 정치학과 리차드 헤레라 교수는 미국 정치제도의 적법성을 의심하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발언이라고 VOA에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고, 미국 국민 가운데 정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선거제도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번에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다는 반응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클린턴 후보가 3연승을 거둔 셈이죠? 앞서 두 차례 토론회 역시 클린턴 후보가 이겼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전문가들 평가는 그렇게 나왔는데, 일반 유권자들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기자) 역시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다는 반응입니다. CNN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 ORC가 수요일(19일) 공동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클린턴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는 사람이 전체의 52%,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는 사람이 39%로 나왔습니다. 클린턴 후보가 13%p, 두 자릿수 격차로 앞선 것이죠. 이번 조사는 토론회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했는데요. 토론회 시청자들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다는 점은 고려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인터넷을 보니까, 꼭두각시(puppet)란 말이 화두가 되고 있던데요. 토론회가 끝난 뒤 많은 유행어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수요일(19일) 두 후보가 서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꼭두각시(puppet)라며 설전을 벌였는데요. 두 후보가 주고받은 말 직접 들어보시죠.

[녹취: 클린턴 후보-트럼프 후보] “Well, that’s because he’d rather have a puppet…”

기자) 푸틴 대통령이 클린턴 후보를 전혀 존경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후보가 말하자, 미국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삼고 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클린턴 후보가 반격했는데요. 그러자 트럼프 후보는 자신은 꼭두각시가 아니며, 오히려 클린턴 후보가 꼭두각시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꼭두각시’란 말 외에도 스페인어로 남자를 뜻하는 옴브레(hombre)란 말, 또 ‘끔찍한’이란 뜻의 ‘nasty’란 말이 인터넷에서 유행어가 됐는데요. 트럼프 후보는 멕시코에서 마약거래업자 등 나쁜 남자들이 들어온다며 ‘옴브레’란 말을 썼고요. 또 클린턴 후보에 대해 ‘아주 끔찍한 여자(nasty woman)’라고 말해서 사람들을 동요하게 했습니다.

진행자) 클린턴 후보의 옷차림에 관해서도 얘기가 많던데요.

기자) 네, 이번에 클린턴 후보가 아래위 흰색 바지 정장을 입었는데요. 1차 토론회에서는 빨간색, 2차 토론회에서는 짙은 청색 상하의에 흰색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습니다. 이를 두고 의도적인 옷차림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레드, 화이트 앤 블루(Red, white and blue), 바로 미국 국기인 성조기 색이죠? 미국을 상징하는 색의 옷을 입음으로써 애국심을 강조했다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세 차례 토론회 모두 흰 셔츠에 짙은 색 양복 차림이었는데요. 첫 번째 토론회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갔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때는 붉은 색 넥타이를 맸습니다. 이 역시 미국 국기 색이라고 볼 수 있죠.

진행자) 자, 이제 세 차례 대선 후보 토론회가 모두 끝났는데요. 실제로 선거가 3주도 남지 않았습니다. 현재 지지율에서 클린턴 후보가 앞서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국 단위 지지율에서 평균 6~7%p 정도 클린턴 후보가 앞서고 있는데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정도 지지율 격차를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둔 경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기록으로 본다면, 클린턴 후보가 무난히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요. 과연 트럼프 후보가 이를 뒤집고 새로 역사를 쓸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