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잇단 실패에도 무수단 발사… "ICBM 기술 확보 목적인 듯"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6월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연이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강행하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지난 20일 아침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비행장 부근에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지만 공중 폭발했습니다.

북한은 이보다 불과 닷새 전인 15일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수 초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습니다.

이로써 북한은 지난 4월 이후 8차례나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감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지난 6월 22일 발사한 두 발 가운데 한 발이 비행에 성공한 것을 제외하곤 모두 실패했습니다.

무수단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2007년 실전배치를 시작해 현재 최대 100기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사거리 3천500km정도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입니다.

이 때문에 실전배치된 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비로소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그나마 연이어 실패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개발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이용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ICBM 개발에 이르지 못한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의 변칙적인 고각 발사를 통해 ICBM 개발의 최대 난제인 대기권 재진입 실험이나 신형 엔진을 장착한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무수단을 이용해서 ICBM의 새로운 성능, 거리도 늘리고 고각으로 올려서 떨어뜨리는 그런 고각 발사 시험을 통한 대기권 재진입 실험이었지 않을까 하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인 거죠.”

시험발사가 연이어 실패하는 이유에 대해선 극단적인 고각 발사가 발사 순간 무수단 미사일 엔진 등에 무리를 주기 때문일 것이라며, 이를 보완하고 다시 시험발사에 나서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무수단 미사일이 이미 검증된 러시아제 잠수함 발사 탄 미사일 SSN-6를 북한이 90년대 말 도입해 역설계한 것으로, 연이은 발사 실패가 실전배치된 무수단 미사일 자체의 결함이라고 속단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ICBM 기술 진전을 미국에 과시하기 위해 앞으로도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도 현지 시간으로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미-한 안보협의회에서 북한의 이 같은 도발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한민구 장관 / 한국 국방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계속 성공할 때까지 하지 않겠나 이렇게 평가를 하고…”

하지만 무수단 미사일 자체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춘근 박사는 무수단 미사일이 실전배치된 지 10년 가까이 됐기 때문에 북한 군 당국이 미사일 유지 보수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녹취: 이춘근 박사 /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첨단 기술 무기일수록 그리고 자력갱생해서 만든 무기일수록 많은 부품들 속에서 서로 맞지 않아서 장기간 저장하면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데 녹이나 균열이 생긴다든지 연료저장 계통에서 문제가 생긴다든지 엔진 쪽에서 정교함이 떨어진다든지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나중에 실전 발사할 때 정상적으로 고도 상승하지 못하고 폭발하거나 쓰러지거나 하는 문제가 발생하거든요.”

이 박사는 계속된 실패에도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을 겨냥한 위협성 시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