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대북제재 여파로 좁아진 북한의 '하늘길'

지난해 10월 북한 평양 공항에서 베이징행 고려항공 여객기의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자료사진)

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인 고려항공에도 타격을 주고있습니다. 고려항공이 취항하던 국가들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2270호 이행을 이유로 입항 금지 조치를 차례로 내리고 있는데요, 갈수록 좁아지는 북한의 ‘하늘길’, 박형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북한 고려항공이 취항하는 나라는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유일합니다.

올 초까지만 해도 고려항공은 중간 기착지를 포함해 모두 5개 나라를 오고 갔습니다.

하지만 4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의 여파로 북한의 하늘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겁니다.

최근 폐지가 확인된 곳은 가장 먼 취항지로 꼽혔던 쿠웨이트 노선입니다.

쿠웨이트 노선은 주로 중동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실어 나르며 월 1회 운항했습니다.

지난 3,4월 일시적으로 운항이 멈추기는 했지만, 쿠웨이트 취항에 차질이 처음 포착된 건 8월.

쿠웨이트를 향했던 고려항공 여객기 JS161 편이 그 동안 중간 급유를 위해 경유했던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중국 북서부 우루무치디워푸 공항을 거친 것이 목격됐습니다.

평양으로 돌아오는 JS162편 역시 파키스탄 대신 중국 우루무치를 경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파키스탄 민간항공국 관계자는 ‘VOA’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2270호에 따라 착륙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파키스탄 정부는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서2270호의 제재 내용을 자국법에 편입시켰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파키스탄 당국이 7월에만 고려항공의 착륙 허가를 3차례 거절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파키스탄이 아닌 중국을 경유했던 쿠웨이트 노선이 8월을 기해 완전히 폐지됐다는 사실은 이달 21일 확인됐습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날 쿠웨이트 외무장관과의 양자회담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웨이트가 최근 북한 항공기의 입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밝힌 겁니다.

[녹취: 존 케리 국무장관] “They have recently taken steps to curb flights and to make sure that revenues from workers are not sustaining any illegal and illegitimate regime in North Korea.”

그러면서 “이런 조치는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수익이 불법적인 북한 정권을 지탱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쿠웨이트 공항 당국도 25일 ‘VOA’보낸 이메일에서 “쿠웨이트 국제공항은 2주 전부터 고려항공의 착륙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확인했습니다.

또 이 같은 결정이 유엔의 대북 제재와 관련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선 지난 4월 태국 방콕 노선도 같은 이유에서 폐지됐습니다.

고려항공은 중국 선양을 경유해 주로 태국을 여행하는 중국 단체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는 방콕 노선을 주 1회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태국 정부가 각료회의를 통해 대북 결의 2270호를 승인하고, 북한의 여객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운항 취소 조치를 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고려항공이 먼저 운항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방콕 노선은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고려항공이 이착륙 하는 나라는 기존 5개에서 중국과 러시아, 단 2개 나라로 줄어든 겁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에 대한 항공유 판매 및 공급을 금지하고 있지만 고려항공과 같은 민항기는 예외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으로 오가는 모든 화물이 유엔 회원국의 영공을 지나가면 반드시 이를 전수조사 해야 하고, 금지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에 대해서는 이착륙과 영공 통과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캐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달 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각국에 북한 항공기와 선박 등에 실린 화물을 철저히 점검할것을 촉구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녹취: 캐티나 애덤스 대변인] “UNSCR 2270 requires member states to inspect cargo within or transiting through their territory - including airports, sea ports and free trade zones - that was destined for or originating from the DPRK. We urge all UN member states to fully comply with UNSCR 2270.”

태국, 파키스탄, 쿠웨이트 정부의 경우 이 같은 조항을 근거로 고려항공에 대해 입항 자체를 금지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고려항공이 취항하지 않는 유럽연합도 지난 5월 독자 제재를 통해 고려항공의 회원국 상공 통과와 이착륙 금지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유럽연합은 또 대북제재와는 별도로 안전을 문제를 이유로 고려항공의 취항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구 소련에서 수입한 노후 기종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항공의 운행을 지난 2006년 이후 전면 금지한 뒤, 2010년부터는 엄격한 규제 대상 항공사로한 단계 낮춰서 해마다 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에는 평양에서 출발해 베이징으로 향하던 고려항공 여객기가 기내 화재로 중국 선양에 긴급 착륙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중국 항공 당국은 이 사고와 관련해 고려항공에 대해 행정조치를 발표했습니다.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열악한 고려항공.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라는 난기류까지 더해지면서 북한의 하늘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