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미국 정부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스위프트(SWIFT)' 로부터 북한을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국제 거래에 꼭 필요한 금융 거래망에서 북한을 강제 퇴출시켜 핵 프로그램에 쓰일 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목적입니다. 새롭게 떠오른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 방식과 예상되는 효과를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스위프트'는 나라들 사이의 자금거래를 위해 설립된 국제은행간통신협회를 말합니다.
해외를 넘나드는 돈을 특수 메시지 형태로 주고 받는 방식으로, 달러와 유로화를 송금할 때 사실상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스템 입니다.
가령 북한과 어떤 나라가 수출입을 했더라도 '스위프트'가 없으면 돈을 주고 받을 수 없는 겁니다.
이 생소한 용어가 북한 제재 방안으로 등장한 건 이 때문입니다.
[녹취: 새먼 의원] “Many experts…”
미 공화당의 맷 새먼 하원 외교위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지난 27일 하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국제금융통신망을 이용해 핵 프로그램 자금을 마련하고 이 통신망을 해킹해 거액의 돈까지 챙긴 사례를 거론했습니다.
답변에 나선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 통신망을 즉각 스위프트로 인식하고 북한이 여기 접근하지 못하는 방안을 유럽연합과 협상하고 있다고 공개했습니다.
[녹취: 러셀 차관보] “We are in discussions with partners including the EU….”
실체가 확인된 미국의 스위프트 관련 조치는 새먼 의원이 다음날 북한을 국제금융거래망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더욱 구체화 됐습니다.
러셀 차관보가 유럽연합과의 협상을 언급한 건 스위프트가 유럽연합에 의해 주도되고 본부 역시 벨기에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1973년 설립된 스위프트에는 현재 200여개 나라 1만1천 여개 금융기관과 기업이 가입해 있습니다.
이들 기관에는 8~11자리의 고유 코드가 부여돼 있는데,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금융기관도 여기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스위프트에서 차단하면 자연스럽게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 유입이 막힐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이런 방식의 제재가 실제 효력을 발휘한 사례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2012년 이란에 대한 제재로 이란 중앙은행 등 30개 금융기관을 스위프트에서 쫓아낸 겁니다.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고도 돈을 받을 길이 없던 이란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란이 미국 등과의 핵 포기 협상에 나선 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새먼 의원도 스위프트 차단이 이란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새먼 의원] “This was done in the past…”
결국 이란은 핵 합의를 통해 경제 제재가 해제된 지난 2월에야 스위프트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각국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북한 금융기관에 부여된 특수 코드를 인식해 거래를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이어 스위프트 자체 논의를 통해 북한과 연관된 금융기관을 강제 탈퇴시키는 수순을 밟는 겁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와의 거래가 적은 북한에 큰 타격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북한이 제재를 피해 현금 다발을 직접 운반하는데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위안화로 결제 수단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북한 무역의 90%가 집중된 중국의 동참 여부도 관건 입니다. 각국의 독자 제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온 중국이 스위프트 대신 다른 경로를 통해 북한과 결제한다면 영향은 미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해외에 예치된 김정은 정권의 통치자금이 묶여 북한에 고통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미 재무부가 지난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제재하면서 북한 자금 2천5백 만 달러가 동결되자 북한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슷한 효과입니다.
BDA는 단 한 개의 작은 은행에 불과하지만 스위프트에 연결된 금융기관의 수는 훨씬 더 많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위프트 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이 현금 다발을 직접 옯기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는 점도 북한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의심스러운 북한 현금 다발의 유엔 회원국 통과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결제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은 북한에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