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북한 선전매체들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연일 강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이 한국 보수세력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거론되면서 한국 여론을 흔들어 보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선전매체들이 연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맹비난하는 기사들을 싣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가 반 총장 비난기사를 게재한 이후 다른 선전매체들도 가세해 반 총장을 공격하는 기사들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 선전매체 ‘메아리’는 지난달 31일 반기문 사무총장이 한국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면 한국 국민들의 수치이며 불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매체는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 임기 10년 동안 해놓은 일이 아무 것도 없어 세계적인 비난거리가 됐다고 무능함을 이유로 꼽으면서도 자신들에 대한국제사회의 압박에 반 총장이 앞장 선 때문임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반 총장이 미국의 꼭두각시가 돼 대북 제재와 북한 인권의 나발을 불어대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북한 입장에선 유엔 안보리가 권한을 남용해서 부당하게 자신들에 대해서 압박을 가중하고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는 상황에서 그런 대북 압박 조치를 실무적으로 집행하는 최고 책임자를 비판할 수밖에 없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반 총장이 북한과의 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해 왔고 북한을 직접 방문하려고 시도하기도 했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반기문에 대한 북한의 비난은 부당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북한이 반 총장 비난에 부쩍 열을 올리는 목적은 반 총장이 내년 한국 대선에서 유력한 보수세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데 따른 사전견제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박 대통령이 지지하는 그런 대권후보로서 반기문 총장이 부상함으로써 다시 한번 차기 정부도 보수정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에서 미리 비난을 시작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북한 매체들은 특히 한국에서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사건이 터져 박근혜 정권이 곤경에 처하자 이를 반 총장을 공격하는 소재로활용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는 박 대통령과 수 십 년 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과 정부 예산 집행 등에 불법적으로 간여했다는 의혹들이 불거진 사건입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이런 한국의 정국 불안을 틈 타 반 총장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 대학교] “북한으로선 박근혜 정부와 반기문 총장은 한 배를 탔다, 특히 반통일 이런 보수세력으로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반기문 총장을 비판함으로써 나름대로 한반도 문제를 자기들이 주도하겠다는 그런 전략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이런 행태가 자신들이 원하는 정반대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역설적으로 북한의 이런 비난이 결국은 반기문 총장이 갖고 있는 국제사회 규범 가치 원칙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결과적으로 반기문 총장에 대한 지지를높여주는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과거에도 선전매체들을 동원해 한국 대선 결과에 영향을 주려 했지만 역효과를 냈었다며, 북한 당국이 이런 행태를 반복하는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동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