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주목

지난 2월 미국 앨라바마 주 매디슨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당시 아태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난하며 한국 등이 자국의 미군방위비를 부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4월 외교정책 연설에서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들은 반드시 방위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당선인] “The countries we are defending must pay for the cost of this defense…”

이들 나라들이 방위비를 내지 않으면 스스로 방어하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후 줄곧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등 동맹들을 언급하며 방위비를 떠맡을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한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가량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4월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두 가지 예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사령관] “The first is that they pay about 50% of our personnel costs of being there…

우선 한국이 지난해 기준으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가량인 8억 800만 달러를 부담하고 있고, 소비자 물가지수(CPI)에 따라 분담이 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어 해외 주둔 미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부대 이전과 신축에 드는 100억 8천만 달러의 비용도 한국이 92%나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룩스 사령관] “They carry 92%. $0.92 on a dollar, Senator…”

주한미군은 내년까지 한국 내 사용부지를 기존 91개 구역에서 49개 구역으로 축소하고, 부대를 평택과 대구 중심으로 통폐합,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이전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은 1967년 발효된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한 겁니다.

이 협정 5조는 한국이 주한미군 유지에 따른 경비를 일부 부담하고 시설과 구역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1991년까지 대부분의 주둔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했습니다. 그러다 1991년 미국의 재정·무역 적자 상황이 계속 악화되자 급성장한 한국의 경제력을 감안해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을 체결해 한국의 분담금을 늘려왔습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014년 체결된 9차 협정에서는 한국의 분담금을 9천 200억원, 미화 7억9천만 달러로 책정하고 2018년까지 5년 간 소비자물가지수를 반영해 인상하도록 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정부 자료를 인용해 올해 한국의 분담금이 9천 441억원, 미화 8억1천 700만 달러 정도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지난 1953년 체결돼 이듬해 발효된 미·한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해 한국에 주둔 중이며 병력은 현재2만 8천 500명에 달합니다.

한국 외교부의 조준혁 대변인은 지난 3월 트럼프 후보가 한국의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경고하자, 한국의 “상당한 재정적 기여”를 미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우리 정부는 한-미 연합방위력 유지 강화, 그리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 여건 제공을 위해서 기여와 역할을 해 오고 있습니다. 미 행정부와 그리고 의회를 포함한 미 조야에서도 동맹국으로서 우리의 역할과 기여를 충분히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후보가 4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현상유지 가능성이 불투명해졌습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앞으로 동맹국들의 방위비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높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