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북한 군이나 중공 군의 포로가 된 뒤 소련에 끌려간 미군 포로는 없다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한국전 실종 미군이 소련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김현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당시 미군 포로가 소련으로 이송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밝혔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워싱턴 프리비컨’은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DPAA)’ 관계자들이 지난 5월 열린 ‘미-러 전쟁포로와 실종자 공동조사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최근 보도했습니다.
‘미-러 전쟁포로와 실종자 공동조사위원회’는 지난 1992년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 베트남전 등에서 실종된 군인을 찾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악화하면서 2004년 중단됐다가 지난 5월 12년 만에 다시 재개된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의 마이클 리닝턴 국장은 당시 회의에서 러시아 관리들에게, 한국전 실종 미군 병력 (missing troops)이 중국을 거쳐 소련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러닝턴 국장은 많은 실종 미군 가족들은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미군이 압록강을 넘어 중국을 거쳐 소련으로 끌려가 생을 마감한 것으로 믿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해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미 국방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미군 포로가 소련으로 이송됐다는 실종 가족들의 믿음은 “생존 기적”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 프리비컨'은전했습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전 당시 실종된 7천800여 미군을 찾기 위한 국방부의 노력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습니다.러시아 관계자들에게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실종 미군 포로를 찾는 데 관심이 없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미 국방부 관계자들의 이런 언급은 옛 소련 내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미군 포로들이 목격됐다는 증언이 담긴 1993년 보고서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전직 미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당시 미 국방부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DPAA) 의 전신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국 연구원들이 작성한 것입니다.
연구원들은 이 보고서에서 “한국전 당시 미군 포로들이 소련으로 이송됐으며, 이후 송환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특정 포로를 소련으로 끌고 간 것은 미국의 항공기술을 빼내고 이들을 일반적인 정보 목적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1993년부터 2010년까지 ‘미-러 전쟁포로와 실종자 공동조사위원회’ 미국 측 대표를 지낸 놈 캐스 씨는 이 보고서가 한국전 미군 포로의 소련 강제 이송을 뒷받침하는 “기초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조사단은 이후 1996년까지 한국전 당시 미군 포로가 소련으로 이송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할 만한 정보 수집에 주력해왔습니다.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 (DPAA) 대변인은 하지만 ‘워싱턴 프리비컨’에, 한국전 실종 미군이 소련으로 이송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단서나 파일 등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다만 “여전히 미군 포로의 소련 강제 이송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많은 정황적인 증거가 있다”며 “미-러 공동조사위원회 러시아 측 관계자들에게 실종 미군과 관련된 자료 제공을 계속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