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불거진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축출될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박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21일자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권력형 부정 추문 사건에 대한 한국 검찰의 발표를 상세히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뀐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한국 야당이 애초 탄핵보다는 박 대통령의 자진 하야를 요구했지만, 20일 검찰 발표 뒤 탄핵 쪽으로 돌아섰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야당만으로는 대통령 탄핵안 발의에 필요한 의석 수가 부족하지만, 여당 내 이탈자 덕분에 탄핵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전문기관의 분석을 인용해 박 대통령이 임기 전에 물러날 가능성이 70%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인 박 대통령이 비리에 연루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이 나라를 이끌기에 부적합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이번 일로 인해 그렇잖아도 양성평등지수에서 하위권에 있는 한국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더 어려질 것을 여성들이 우려한다고 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신문은 한국 상황을 다룬 논평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후임자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 사드 배치나 개성공단 폐쇄 같이 안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내린 결정을 뒤집을지 주목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또 박 대통령이 자신의 영적 조언자를 국정에 참여시키는 잘못된 판단을 했고, 이번 사건으로 한국사회에서 재벌이 어떻게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잘 드러났다고 평가했습니다.
`AP통신’은 한국에서 대통령이 추문에 연관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라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재임 중 또는 퇴임 뒤 권력형 추문에 연루됐던 사실을 전했습니다.
뉴스 전문방송인 `CNN’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낮은 지지율과 측근들의 범죄 행위, 그리고 자신의 잘못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 압력을 받고 있지만,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섯 가지 이유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먼저 한국 헌법이 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입니다. 만일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 바로 기소되거나 체포될 수 있습니다.
다음 박 대통령이 사임하면 바로 뒤를 이를 사람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또 여당 안에서 박 대통령 퇴진 목소리가 강하지 않고 야당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습니다.
`CNN’은 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된 뒤 거친 고난의 역정을 거쳤다며, 그런만큼 순순히 대통령직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VOA 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