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80% “북한 고위층 탈북, 체제 붕괴 영향 줄 것”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탈북민 3만명 시대 진입, 특별기회 설문조사결과 언론 설명회에서 김흥광 NK지식연대 대표가 사회를 보고 있다.

한국 내 탈북민들은 대부분 북한 고위층의 탈북이 북한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김정은 정권 들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이 나아진 게 없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10명 가운데 8명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등 해외공관원들의 탈북 행렬이 북한체제 붕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8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해 11월 런던에서 열린 영국공산당 주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탈북민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5일 서울에서 최근 탈북민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에 대한 설문조사 언론설명회를 갖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NK지식인연대에 따르면 ‘북한 해외공관원들의 탈북이 체제 붕괴에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9%가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고, 영향이 없다고 답한 사람은 20%에 그쳤습니다.

언론설명회에 발제자로 나온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입니다.

[녹취: 이애란 원장 / 자유통일문화원] “특히 탈북민의 연령대가 높을수록 북한체제에서 생활한 기간이 길기 때문에 실질적인 삶의 경험과 이해가 충분할수록 고위층 이탈이 북한체제 붕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한 게 이번 조사의 결과입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연평도 인근 서해 최전방에 있는 갈리도 전초기지와 장재도 방어대를 잇달아 시찰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13일 보도했다.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주민생활 개선 여부에 대해선 89%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그 가운데서 64%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 대부분이 속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난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2%가 ‘매우 그렇다,’ 그리고 41%가 ‘다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전혀 아니다’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그쳤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는지에 대해선 절반이 넘는 52%가 ‘있다’고 답했고 ‘없다’는 응답자는 31%로 나타났습니다.

송금 액수를 살펴보면 연 평균 1천 달러를 송금한 경우가 48%로 가장 많았고 2천 달러가 27%, 3천 달러가 14%, 4천 달러가 7%였습니다.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된 자금의 용도는 생계비가 67%로 가장 많았고 장사 밑천은 21%였습니다.

발제자로 나온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탈북민들의 대북 송금은 북한을 아래로부터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안찬일 소장 / 세계북한연구센터] “먼저 온 통일로 온 사람들이 먼저 할 수 있는 행동은 대북 송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장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이 돈을 부친다면 그만큼 북한에 자본주의를 이식하고 김정은 정권을 밑으로부터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거죠.”

또 ‘지난 2월 폐쇄된 개성공단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에 대해 57%가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이라고 답했고 ‘통일경제 발전에 기여’라고 답한 사람들은 19%, 그리고 ‘남북 경제협력 창구’는 17%로 뒤를 이었습니다.

개성공단 중단에 대해선 54%가 잘했다고 응답했고 북 핵 도발에 대응한 한국의 핵무장에 대해선 89%가 지지 의사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북관계 경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엔 북한이 53%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국이 22%, 중국이 16%, 그리고 한국이 6%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