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5년의 경제 실적은 환율과 식량 가격 안정이라고 전문가들이 평가했습니다.하지만 외부와의 원활한 의사 소통과 기업 자율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경제성장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NK 뉴스’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5주년을 맞아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를 소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5년의 긍정적인 성과로 환율과 식량 가격 안정, 농업개혁, 장마당과 국영기업소에 대한 정부의 통제 완화 등을 꼽았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대학의 북한전문가인 벤자민 실버스타인 ‘NK Economy’ 공동편집장은 장마당 상황이 나아지면서 일부 민간경제 영역이 개선된 것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았습니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인 장마당 정책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장마당을 통한 시장경제에 일부진전이 있었고, 이런 흐름이 식량과 환율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도 김정일 집권기에는 환율과 식량 가격이 계속 악화되며 불안정했지만 김정은 집권 5년 동안 안정세를 보인 게 인상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부 변화가 주민들의 전반적인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싱가포르의 대북 교류단체인 ‘조선 익스체인지’의 제프리 시 대표는 농업개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권력을 지닌 관련 기관들의 반발 때문에 개혁이 부분적인 시행에 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경제특구 20여개를 만들었지만 법적 근거 마련과 개방적인 환경 조성의 속도가 더딘 게 걸림돌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평양에 집중된 일부 건물 단장과 돈주들의 등장 만으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됐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표면적 변화가 지방에 사는 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들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여전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 고려대학교의 남성욱 교수는 김정은 정권이 5년 간 농업과 에너지 공급 확보에 경제정책을 집중했지만 전력 사정과 식량 공급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선 익스체인지’의 제프리 시 대표는 북한이 내부적으로 철저한 사회통제와 경제성장을 위한 개방의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현대 경영에서는 외부 투자협력업체와의 원활한 소통이 기본이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이런 외부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겁니다.
또 외부적으로는 국제사회의 제재로 유용한 경영기술 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전문가들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은 외부 정보 접근성과 한국 국민들과의 접촉, 외부 투자가 장기적인 북한의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이런 교류를 “이념적 독”으로 여겨 두려워하는 게 걸림돌이라고 말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의 `병진 노선’이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치적 노선 변경이 경제발전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