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 기강 해이 심각…부대 내 삐라 살포 사건도"

DMZ 지뢰 폭발사고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된 지난 2015년 8월, 철모를 쓴 북한 군인들이 판문점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 군 부대에 삐라가 살포되는 등 체제 저항적인 움직임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북한 내부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또 군 부대 내에서 절도 사건도 빈발해 군 기강이 극심하게 해이해진 정황도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북한 민주화운동 단체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는 12일 ‘4월 중 집행위원들에 대한 당 생활평가’라는 제목의 2013년 인민군 3군단 내부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북한 인민군 3군단은 남포특별시에 주둔하며 평양을 방위하는 부대입니다

이 문건에는 ‘지난 기간 부대 청사에서 컴퓨터 도난과 삐라 살포 등 비정상적인 문제들이 제기됐지만 현재까지도 지휘부 안의 대책을 강하게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 담겨 있습니다.

북한 군 부대 안에서 전단이 살포된 사실이 공식 문건을 통해 알려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문건이 삐라의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책’을 철회하고 ‘선당정책’으로 회귀한 데 대한 군부의 불만이 폭발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2년 7월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리영호를 인민군 참모장에서 해임한 것을 신호탄으로 당시 현영철 총참모장과 최부일 부총참모장, 김영철 총정찰국장의 계급을 강등했습니다.

이후에도 군 간부들을 상대로 숙청과 강등, 재신임의 조치들을 잇따라 내리면서 ‘군부 길들이기’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쳤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그동안 북한에서 낙서와 같은 수동적 방식의 체제 저항 움직임 조차 그나마 입소문으로 전해졌다는 점에서 이 문건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 군 내부 건물 내에서 뿌려졌다는 것이죠. 그것도 김정은 집권 초기이기 때문에 사실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상당한 정도의 반감과 적어도 소극적 반체제 행위들은 나타나고 있는 거죠.”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는 부대 청사의 컴퓨터가 도난 당했다는 대목에 대해, 돈을 노린 단순절도일 수 있지만 군 기밀 유출 가능성 때문에 북한 군 당국에겐 매우 예민한 사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일본 `NHK'는 지난 2014년 1만2천 쪽 분량의 북한 인민군 조직부 비밀문서를 입수해 지난해 6월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해 리영호가 허가 없이 군 부대를 움직였다가 숙청됐다는 사실 등을 보도했습니다.

`NHK'가 입수한 문서는 당초 북한 군 부대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통째로 유출돼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가 입수한 문건은 이와 함께 김일성과 김정일 선대 지도자들의 동상과 미술 영상작품을 불순적대분자들의 파괴암해 책동으로부터 잘 보호한 부대 지휘관에 대한 칭송도 담았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이 같은 칭찬은 역으로 북한 내부에서 선대 지도자들을 기리기 위한 예술품이나 시설들을 훼손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을 반영한 대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백두산 절세 위인들 즉, 김정일과 김일성의 동상과 미술영상 작품을 방어하는 것을 제1임무로 설정을 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한 파괴암해 책동으로부터 보호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이미 북한 군 내부에서 상징물에 대한 파괴 시도가 있다는 거죠.”

이 밖에도 이 문건은 2013년 4월에 있었던 울타리 철문과 객실 물자 분실, 그리고 시멘트 도적질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 같은 일들이 부대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조선개혁개방위원회 관계자는 북한 군이 식량난으로 자급자족을 강요당하면서 절도가 빈발하고 있다며 이에 따른 기강해이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