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잇단 ICBM 위협…의도와 역량은?

지난 2015년 10월 1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 탄두가 뾰족한 형태에서 둥근 형태고 개량된 KN-08 탄도미사일(ICBM)이 공개됐다. (자료사진)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뭔지, 또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 백성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이 새해 벽두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위협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정은 육성 신년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준비 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국방력 강화를 위한 경이적인 사변들이 다계단으로 연발적으로 이룩됨으로써….”

북한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내용 관철을 다짐하는 군중대회를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 이어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외무성 대변인 답변, `노동신문' 보도, 러시아주재 북한대사의 발언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ICBM이 발사 가능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우주개발을 위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노동신문은 오늘) ‘우주 정복에로 가는 조선의 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 이런 제목의 글을 편집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조지타운대 전략연구센터 부소장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미국의 정권 교체기와 한국의 정치적 소요가 맞물린 상황을 이용해 상대의 반응을 시험해 보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맥스웰 부소장] “I think this is may be rhetoric timed to coincide with the US transition of power and the political crisis in the South. The regime is likely testing the waters to see the responses.”

동시에 북한이 ICBM 발사 수단을 다각화했다는 기술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임의의 시각과 장소'를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고정발사대의 한계를 벗어나 이동식 발사대를 갖게 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북한 ICBM 위협 가운데 실제 타격력 만큼이나 위험한 요소는 이처럼 정확한 개발 단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입니다.

북한 핵과 로켓 역량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연구가 수 십 년 간 진행돼 왔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핵심 기술 수준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6천~7천 도의 고열을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북한이 확보했는지 여부가 최대 논란 거리입니다.

북한이 이미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거나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주장해온 브루스 벡톨 미 안젤로주립대 교수는 ‘VOA’에 그런 진단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North Korea has the reentry capability for every missile all the way through the Musudan-proven, proven- for atmospheric reentry technology. Why would they not have it for the Taepodong?”

무수단 미사일에 이르는 모든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역량을 이미 증명한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에 그런 기술을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 건 그저 추측일 뿐이라는 지적입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지난해 6월 시도한 무수단 시험발사를 통해 재진입 기술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5번 실패 후 6번째 시도 만에 무수단을 고각으로 1,400km 상공까지 쏘아올려 400km 가량 비행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지난해 6월 공개했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이미 지난해 3월 ICBM의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을 확보했다며 탄도로켓 탄두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북한 로켓 전문가인 미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박사는 무수단 미사일 발사로 재진입 기술을 익힐 수 있지만,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속도로 핵탄두가 고층 대기에서 녹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술을 시험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너선 맥도웰 박사] “They haven’t really demonstrated the ability or they haven’t doing practice test of those sorts of reentries at the speeds that an intercontinental missile would take.”

여기에 지구의 중력장이 미사일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해 정확한 유도 능력을 갖추는 보다 복잡한 과제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맥도웰 박사는 북한이 대형 미사일의 기본적 발사 기술과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상단 로켓 기술을 완성하고 고체연료 미사일을 개발하기까지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역시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완성하지 못한 북한이 `임의의 시각'에 ICBM을 성공적으로 발사하기 어려운 단계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와 달리 북한이 ICBM에 탑재할 핵탄두 소형화에 이미 성공했다는 관측은 북한 핵 시설을 사찰했거나 미 정보 당국과 소통해온 권위 있는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 소장 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I had listened to a briefing done by intelligence agency experts who openly said they believed that North Korea could miniaturize for the Rodong (missile). This goes back to 2012.”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미 2012년 정보 당국자로부터 북한이 노동미사일에 탑재할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잇단 핵실험에도 소형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간주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북 핵 능력에 대해 매우 신중한 평가를 내려온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 역시 다른 핵 보유국들 사례와 비교하며 북한의 소형화 성공 쪽에 무게를 뒀습니다.

[녹취: 올리 하이노넨 사무차장] “If we look to historical examples, you know, Pakistan, India, China, Russia, France, UK, where they were after five tests? So they started having a nuclear weapon which they can deliver and I think the North Koreans are now on that milestone.”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핵무기 연구 부문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을 지난해 3월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 아래쪽에 핵탄두 기폭장치 추정 물체가 보인다.

파키스탄, 인도,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은 5차례 핵실험을 한 뒤 미사일로 날려보낼 수 있는 핵무기를 갖기 시작했으며, 북한이 그런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입니다.

2011년 1월11일 중국을 방문한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은 북한이 5년 안에 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후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미국 정부의 평가는 오락가락 변해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ICBM에 대한 미국의 방어 의지는 격퇴 수단을 언급하는 수준까지 구체화됐습니다.

저스틴 히긴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 8일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미국이 최근 개량형 지상 발사 요격미사일인 CE-2 의 실험을 재개하는데 성공함에 따라 북한과 같은 나라의 제한적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 역량을 개선하는 데 적절한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CE-2는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본토 방어를 위해 마련한 지상 발사 중간단계 미사일 방어(GMD) 시스템의 일부로,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에서 분리돼 표적 미사일을 직접 맞추는 요격체(Kill Vehicle) 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로켓 과학자는 그러나 지난 8일 ‘VOA’에 CE-2의 시험 기록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CE-2 유형은 2010년 1월과 12월 잇단 시험 실패에 이어 2014년 6월에야 성공을 거둔 뒤 2016년 1월 시험에선 성공과 실패 여부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나왔습니다.

베넷 연구원은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미국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에 요격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ICBM을 겨냥해 본 적이 없는 미국 지상배치 요격미사일(GBI)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설령 실패하더라도 오류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벡톨 교수는 북한이 모형탄두를 탑재한 대포동 미사일을 고정발사대에 장착해 발사하려 할 경우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옮겨지는 미사일이 고스란히 노출돼 타격 대상이 되지만, 만약 `임의의 장소' 경고 대로 KN-08이나 개량형인 KN-14 미사일을 이동식 발사대(TEL)에서 시험한다면 미국은 충분한 경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루스 벡톨 교수] “If this is going to be a launch of a KN-08 or a variant, we are not going to have the warning time that we had with the Taepodong. They just going to take it to some plat area and launch that sucker.”

벡톨 교수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더 이상 `인공위성 발사'로 포장하지 않고, ICBM 시험으로 규정하는 단계에 이른 이상 미국 정부는 과거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정책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대북 제재를 강화할 필요 없이 기존 제재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으로도 강력한 압박이 된다며,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여전히 북한 불법자금 세탁에 관여하고 있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싱가포르의 특정 은행들을 ‘주요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이 단기간에 북한과 중국을 옥죄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