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에서는 올해가 북 핵 문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북 간 입장 차로 비핵화 타협 국면으로의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올해가 북 핵 문제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전방위적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러나 올해도 북 핵 문제 해결의 진전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2017년을 ‘싸움 준비 완성의 해’로 규정하고 이례적으로 ‘선제공격 능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핵 능력 고도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 집권 후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의 북한 신년공동사설과 신년사에서 ‘핵 강국’과 ‘대륙간탄도로케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상반기 ICBM 시험발사와 핵 실험 등으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한 후에 하반기에 대남 유화 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정치적 전환기인 올해를 핵 개발 완성의 적기로 보고 핵 전력 완성에 주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올해 김정은 정권의 최대 관심사는 핵 능력 강화를 통한 핵 보유국 지위 확보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핵 능력을 향상시켜 놓은 상태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를 잇달아 예고하고 있는 것도 협상의 판을 키우고 트럼프 행정부의 결단을 촉구함으로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언급한 것은 바꿔 말하면 아직 ICBM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북한은 올해 ICBM을 완성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이 이미 5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기술을 완성했다고 본다면 완성한 핵탄두를 실어 나를 ICBM을 완성해야 핵 억지력을 완성시킬 수 있고, 병진노선 가운데 핵 무력을 완성한 상태에서 경제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함으로써 ‘강성국가 건설’ 목표를 이룰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이를 통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벌이려는 의도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핵 동결을 대가로 외교적,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체제 보장과 향후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구체화 과정을 지켜보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냄으로써 자신들의 입장을 ‘인풋’하려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실무진이 정해지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 할 것으로 보이고, 이를 통해 핵 보유 지위국으로 인정받아 핵 군축협상을 하는 것이 북한이 추구하는 대미 정책이 될 것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역시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미-북 간에 탐색적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로 인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간에 탐색적 대화가 열리더라도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타협, 혹은 진전이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기존 요구조건을 낮출 의사가 없음을 지난 해 11월 제네바에서의 ‘트랙2’ 접촉을 통해 확인했고 미국 역시 정책 리뷰를 통해 아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대북 강압의 수준을 높여 비핵화에서의 성과를 얻어내려 판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북한과 핵 협상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고강도의 핵 사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세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계속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고강도 검증을 전제로 북 핵 폐기를 위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결정자 모두 강경 성향인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입니다.
[녹취: 김현욱 교수]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성향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강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들은 북한 정권이 변하거나 소멸해야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질 정도로 매우 강경한 인물들로 오바마 행정부보다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달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접촉 여부와 관계없이 향후 북 핵 국면이 상당 기간 타협 모드 보다는 강 대 강 대립 국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은 올해의 경우 대북 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핵화 타협 국면으로의 전환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경제에 타격을 줄 ‘세컨더리 보이콧’ 등을 카드로 삼아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비핵화 협상의 길을 열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국제사회가 그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데 실패한 것은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만큼의 고통을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이에 따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강력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느냐가 관건이라며 다만 북 핵 문제에 대한 한국 차기 정부의 입장이 북 핵 문제 향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