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 수용을 비롯한 고강도 검증을 전제로 핵 폐기를 압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한반도 관련 뉴스를 심층분석해 전해 드리는 ‘뉴스 깊이 보기,’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 능력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도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에는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향후 대북정책 방향을 지켜보며 대응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안보적 이해보다는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트럼프 행정부와 통 큰 담판의 기회를 열어두고 싶어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으로선 기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이란식 해법을 추구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클린턴과 달리 트럼프의 경우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고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자신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그러나 북한의 기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대북 강압정책을 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현재 북 핵 능력에 대한 재평가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효과 분석, 대북 제재에 대한 실효성 평가와 전략 개발 등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북한측에 상당히 불리한 리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북한의 기대와 달리 대북 강압의 수준이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도 ‘2017 국제정세 전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의 성향을 볼 때 향후 대북정책은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은 북한 정권이 변하거나 소멸해야 북한의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가질 정도로 강경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미-북 간 탐색적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양측의 근본적인 입장 차로 인해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세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전망’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에 북한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달라는 주장을 계속할 경우 고강도 검증을 전제로 북 핵 폐기를 위한 제재와 압박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성윤 연구위원은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생산적인 협상을 위해선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 수용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성윤 연구위원] “영변뿐 아니라 그 동안 의혹의 대상이었던 미공개 핵 시설에 대한 전면 사찰을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를 비롯해 북한의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상당히 낮습니다. 이는 중국 역시 원하는 것으로, 북한 스스로 양보라고 생각하는 모라토리엄은 미국이나 한국이 달가워하는 해결책이 아닙니다.”
북한이 지난 2009년 IAEA 안전조치와 사찰을 거부한 뒤 북한 내 핵 물질의 양과 관리 상태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한국 내에서는 미국이 강압정책의 수준을 높일 경우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로 적극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에 비해 핵 위협 수위를 한층 높이며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 위협 발언을 잇달아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입니다.
[녹취: 정성장 실장] “김정은 집권 후인 2012년부터 올해까지의 북한 신년 공동사설과 신년사에서 ‘핵 강국’과 ‘대륙간탄도로케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북한의 김씨 일가와 관련된 기념일이 많은 만큼 북한이 올해 상반기 핵과 미사일을 김정일과 김정은의 최대 업적으로 선전하고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6차 핵실험을 강행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미-북 관계는 상당 기간 긴장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압박해 북 핵 문제를 해결하려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를 압박하기 위해 향후 ‘세컨더리 보이콧’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입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제재를 하더라도 오바마 행정부보다 더 강한 제재를 선호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과 부딪힐 의지가 더 강하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할 가능성 또한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천영우 전 수석은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 정도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제재와 압박이 강할수록 북한이 진지한 협상에 나올 가능성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