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정원 “북한, 미사일 고각 발사…사거리 2천km 이상”

북한이 지난 12일 신형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3일 공개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최근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가 2천km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탄두 탑재 용량도 이전보다 커진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12일 발사한 ‘북극성 2형’ 미사일의 발사 각도가 89도였고 평시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2,000km 이상이라고 추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가정보원은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 미사일 동향에 대한 비공개 보고에서 아직 정확한 분석은 안됐지만 고각으로 발사하지 않고 정상 각도로 쏘면 사거리가 2천km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이 전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또 이번에 북극성 2형이 발사 후 낙하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3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레이더가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각 정보기관에 통보하고, 미-한-일 세 나라가 영상자료를 함께 추적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이런 분석 과정을 거친 결과임을 내비쳤습니다.

북한이 지난 12일 시험발사한 신형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 2형'.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극성 2형이 북한이 지난해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SLBM의 개량형이라는 점에서 이런 사정거리 추정치가 맞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부형욱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구 소련에서 넘어온 SLBM이 R27인데 그것을 고체화했다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원래 사정거리가 2천km 안팎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단은 그 정도 사정거리가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위원장은 또 정보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탑재 용량도 더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며 북한의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상당히 신경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에 대해선 아직 확인이 안됐다면서도 핵폭탄 소형화 등이 확보되면 북한은 완전한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탄두 탑재 용량이 커졌다면 그만큼 핵탄두 소형화와 경량화 달성이 수월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훨씬 더 무거운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면 소형화와 경량화가 그만큼 쉬울 수가 있고 또 하나 탄두 무게가 커진 만큼 더 위력적인 폭탄을 탑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미사일의 위력 자체가 굉장히 커지는 측면들이 있지 않겠는가 생각이 들죠.”

이 위원장은 또 북한의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에 대해 지난번엔 자동차 바퀴로 돼 있었는데 이번엔 탱크처럼 돌아가는 궤도로 돼 있었다며, 바퀴형 화물차보다 훨씬 느린 궤도차량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중국에서 바퀴형 특수화물차를 수입하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국방연구원 부형욱 박사는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 무수단 등 모든 미사일 발사에 외국에서 수입한 특수화물차를 이용해 왔지만 국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자체 전차 제작 능력을 활용해 이동식 발사차량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는 그럼에도 북한이 도발을 강행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기싸움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즈음해서 자신들의 핵 보유 의지를 한 번 더 과시하고 그 인정을 강압하기 위한 방편으로 능력을 과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소 기술적인 한계와 어려움을 동시에 보여준 도발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한편 이 위원장은 북한의 ICBM 발사나 6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국가정보원에선 모두 준비돼 있고 갱도 내에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