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씨의 살해 소식을 접한 한국 내 탈북민들은 정권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김정은 정권의 잔혹함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입니다. 한국 내 탈북민 사회에서는 김 씨 암살이 예고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을 탈출한 뒤 한국에 정착해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임준영 씨는 ‘김정남 살해’ 소식을 접하고 배다른 형을 암살하는 김정은 정권의 비정함과 잔혹함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녹취: 임준영 씨 / 탈북민] “굉장히 놀랍죠. 자기의 정권을 무너뜨리려는 행위를 뚜렷이 한 것도 아닌데 위협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도 외국에서 객사하도록 한다는 게 충격적이고 놀라워요. 그만큼 비정하고 자기 정권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수단도 불사하는 그런 잔혹함이 놀라운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테러 대상자로 지목됐던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권 장악 이전부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큰 아들인 김정남 씨를 부담스러워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이 살아있을 당시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부담스러운 이복형, 김정남 씨를 암살하려 했다는 위장간첩의 실제 증언도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대표는 아울러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줄곧 북한의 정권 변화를 언급하고 있고 김정남 씨가 또 다른 대안이 될 수 있는 만큼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성민 대표 / 자유북한방송]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레짐 채인지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을 제거하면 다른 대안이 뭐냐 했을 때 김정남일 거다. 이런 것 역시 김정은한테는 대미 관계를 형성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김성민 대표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발표대로 5년 전부터 김정남 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암살 시도가 있었던 만큼 신변에 위협을 느낀 김정남 씨가 한국 망명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포착한 북한 당국이 먼저 손을 쓴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과거 이명박 전 정부 당시 김정남 씨에 대한 한국 망명 추진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성민 대표는 지난해 여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를 비롯해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명예회장, 최주활 탈북자동지회장 등 북한이 테러 대상자로 지목한 9명 중 한 명으로, 한국 정부 당국은 이들에 대한 경호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도 인민위원회에서 일하다 탈북한 조현 씨는 이번 김정남 살해 사건이 상당히 충격적이며 김정남 씨가 해외에서 떠돌면서 북한 권력에 위협이 되는 어떠한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는 추측을 내놓았습니다.
[녹취: 조현 / 탈북자] “아래 일꾼들이 보고서에서 최근 김정남의 행동이 이러이러하다, 위협이 된다고 보고했을 때 그 내용이 충격적이기 때문에 죽이라는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정은이가 형을 죽이라는 서류에 사인하거나 지시를 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이나 동남아 쪽에서 김정남이가 무슨 일을 했을 것인가..”
김정남 씨는 후견자로 꼽히던 고모부 장성택이 처형된 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다음 제물로 손꼽혀 왔습니다.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던 김정남 씨의 비극은 지난 2008년 9월 초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 신호가 포착되고 숨가쁘게 진행된 권력투쟁에서 이복동생인 김정은 위원장에게 밀린 후 어쩌면 예고된 상황이었다고 한국 내 탈북자들은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