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관영언론들과 대외 선전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씨의 죽음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가과학원 소속 한 연구원의 영전에 화환을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 요직을 맡던 인물들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 사실을 빠짐 없이 보도하고 있는 북한 언론이지만, 김정남 씨의 죽음에 대해선 일절 함구하고 있습니다.
김정남 씨는 김일성 주석의 손자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입니다. 두 인물이 북한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한다면 김 씨의 죽음은 중요하게 다뤄질 법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는 겁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 북한 내부 매체뿐 아니라, 대외 선전매체로 알려진 `우리민족끼리'와 `조선의 오늘', 일본에서 발행되는 `조선신보'에도 관련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 매체들이 `최순실 국정개입 사건'으로 인한 박근혜 한국 대통령의 탄핵 사태 등을 연일 비중 있게 보도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통상 6면을 발행하는 `노동신문'은 얼마 전까지 한 면 전체를 할애해 박근혜 한국 대통령을 비방하는 기사를 실었었고, `조선중앙TV'도 20시 뉴스 등에서 전체 보도의 상당 부분을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 썼었습니다.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는 아직도 연일 박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사와 동영상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김정남 씨를 비롯해 김 씨 일가, 이른바 `로열 패밀리'의 존재를 오랜 기간 감춰왔습니다. 최근 북한 고위 관리 출신 탈북자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주민들은 물론 노동당 간부들조차 김정남을 포함한 김 씨 일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김정남 씨의 죽음이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 매체들의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지난해 전세계 199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언론자유 환경 조사에서 북한을 최하위에 올린 바 있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을 정보의 블랙홀, 즉 정보의 암흑지대라고 지적했었습니다.
이들 단체는 북한 언론매체들이 정권의 선전도구로만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