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북한, '김정남 암살' 인정하고 수사 협조해야”

2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주재 북한 대사관 앞에 모인 취재진이 대사관에서 나오는 관용차량을 둘러싸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배후에 대해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습니다. 또 중국 관영 CCTV가 이번 암살 사건과 관련해 평양특파원을 연결해 보도하면서 중국 당국의 입장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 솔직하게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북한 당국에 촉구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4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대한항공 폭파 사건과 천안함 폭침 때와 마찬가지로 김정남 암살 사건도 날조라고 주장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자신들이 한 범죄에 대해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건데, 정말 이러면 이럴수록 더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이미지만 더 나빠진다는 점을 좀 감안해야 될 것 같습니다. ‘솔직하게 시인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것이 북한으로서도 좋을 것이다’ 라고 판단합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김정남 암살에 신경작용제인 ‘VX’가 사용됐다는 말레이시아 경찰의 발표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김정남 암살에 신경성 독가스인 ‘VX’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화학무기인 이 ‘VX’의 출처를 조사하고 있다고 24일 밝혔습니다.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CCTV 영상.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가운데)이 두 여성으로부터 독극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은 직후 공항 보안 관계자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김정남은 이후 공항 진료소까지 직접 걸어서 이동했지만 진료소에서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관영 `CCTV'가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평양 현장을 연결해 보도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CCTV'가 평양주재 특파원을 연결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보도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의 암살 사건인데다 그 배후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목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CCTV'는 24일 아침 뉴스에서 말레이시아 경찰청장 기자설명회와 평양 현지 연결, 한국 정부와 민간 반응 등 김정남 사건을 10여 분 간 집중 보도했습니다.

`CCTV'는 다만 사망자를 ‘김정남’이라 하지 않고 ‘북한 국적 남성’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이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배정호 박사는 아직 가족들의 유전자 정보 대조작업을 통한 김정남의 신원 확인 과정이 남은 만큼 중국이 ‘김정남’이라고 밝히진 않았지만 우회적으로 북한 당국이 배후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배정호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지금 중국이 간접적으로 우회적으로 북한이 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거 아닙니까? 특파원이 평양의 분위기를 전달할 정도라면 북한 남성이 로얄 패밀리라는 것을, 큰 비중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고 좀 더 추론한다면 김정남으로 보고 있지 않느냐, 그렇게 추론할 수 있는 거죠.”

배정호 박사는 아울러 평양 현지에서 김정남이 죽은 데 대해 이렇게 드러내 놓고 보도를 했다면 중국이 북한에 의해 김정남이 암살됐다는 것을 인정한 셈일 뿐 아니라, 북-중 관계 역시 불편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해 그 어떤 논평은 물론 북한을 비판하는 의견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2일까지 중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했습니다.

이에 따라 `CCTV'가 23일부터 관련 소식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보도를 내보기 시작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