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나지 않는 북-러 교역...침체한 러시아 경제-대북제재 탓”

지난 2013년 9월 북한 라진에서 러시아 하싼-라진간 철도 개통식이 열린 가운데, 북한 군인들 뒤로 라진항 부두 시설이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의 교역액이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와 러시아의 경제 침체를 가장 큰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액은 약 7천600만 달러로, 전년 보다 8.9% 줄었습니다.

러시아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대북 수출은 약 6천800만 달러, 대북 수입은 약 870만 달러였습니다.

러시아는 북한의 2대 교역국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무역에서 러시아와의 교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기준으로 1.35%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대외교역은 중국의 비중이 약 90%로 가장 큽니다.

지난 2014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오른쪽)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교역을 늘리겠다고 몇 차례 밝힌 바 있었습니다. 대북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러시아 극동개발부의 알렉산드르 갈루슈카 장관은 지난해 두 나라 간 교역액을 10억 달러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목표에 크게 못 미칩니다.

북한의 대러 교역액은 대중 교역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지난 2013년 이래 계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감소율은 2015년에 9%, 그리고 2014년에는 11.4%에 달했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팀의 최장호 박사는 `VOA’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대러시아 교역이 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국내 상황을 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러시아 경제 제재와 유가 하락으로 러시아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교역액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과의 교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던 러시아 극동 지역의 인구가 줄고 경기가 둔화한 것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최창호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 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악화된 한반도 정세를 꼽았습니다.

[녹취: 톨로라야 소장] "However because of sanction and..."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장거리 미사일을 겨냥한 경제 제재로 교역을 포함한 대북 경제협력 사업들이 계속 뒷걸음질했다는 것입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하지만 서비스 교역에 속하는 노동자 송출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3국을 거치는 교역을 고려하면 두 나라 사이 교역액이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최장호 박사는 열악한 북-러 접경지대 사회기반시설뿐 아니라 북한 시장에 대한 러시아 측의 자세도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 시장 진출보다는 돈 벌기 좋은 한국과 일본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북한 내 기반시설 건설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을 통과해 한국으로 들어가는 송유관, 가스관, 전력망, 그리고 철도 노선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최장호 박사는 이런 상황에서는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으면 북한과 러시아의 교역뿐 아니라 다른 경제협력 활동도 활발해지기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톨로라야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아시아전략센터 소장은 한반도 정치 상황이 좋아져야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톨로라야 소장] "Lift the sanctions..."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려야 북-러 교역이나 경제협력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톨로라야 소장은 러시아 기업들은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북한 관련 사업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제재가 풀리고 한반도 상황이 좋아져야 러시아의 대북 투자뿐 아니라 교역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정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