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 종교 탄압이 더 심해졌다는 내용의 자료집이 발간됐습니다. 자료집을 낸 단체는 종교 탄압이 북한 정권의 중대한 인권 범죄 행위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정의연대’는 최근 ‘북한의 종교 실상’이란 제목의 자료집을 발간했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과 보고서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자료집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종교탄압이 김정일 시대보다 한층 가혹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자료집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과의 접경지역을 통한 종교 유입을 뿌리뽑으라고 수시로 지시함에 따라 이 지역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다양한 국적의 종교인들이 납치 또는 살해되는 사건이 빈번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임현수 목사가 2015년 1월 북한 방문 중 체포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고, 나중에 석방되긴 했지만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선교사와 호주인 존 쇼트 선교사도 각각 2012년과 2014년 북한에 억류된 사실을 적시했습니다.
또 중국 국적의 조선족 한충렬 목사가 중국 지린성에서 선교와 탈북민 지원 활동을 하다가 피살된 사건 또한 북한 요원이 저지른 범행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김국기, 최춘길, 김정욱, 김창환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북한에 납치되거나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인 선교사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그 횟수가 김정일 시대보다 늘어났다고 고발했습니다.
북한정의연대 정 베드로 대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젊은 나이에 세습을 통해 정권을 넘겨 받았기 때문에 수령체제 강화 차원에서 집권 초기부터 종교 탄압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 베드로 대표 / 북한정의연대] “김정은 정권이 더 튼튼하게 강화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이런 정보 유입이나 종교적 행위, 기독교 선교행위가 들어와선 안 되겠죠. 그래서 이런 것을 일거에 정권 초기에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정권 측근자들도 공로를 세우거나 또 그런 역할을 수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숙청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감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자료집은 이와 함께 북한 정권이 평양 대부흥운동의 성지로 알려진 ‘장대현교회’를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동상을 세워 신처럼 추앙하도록 강요하며 다른 일체의 종교 활동을 미신이나 아편 취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베드로 대표는 현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인권이사회를 시작으로 각종 국제적 북한인권 행사는 물론 각국의 시민단체와 의회 등에 자료집을 배포해 북한 정권의 종교 박해 실태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정 베드로 대표 / 북한정의연대] “북한의 인권 유린 이게 반인도 범죄인데 기독교 학대, 종교 학대는 국제범죄 가운데 대량학살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저희 단체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의 종교 탄압을 대량학살범죄로 북한 정권을 기소하는 데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죠.”
정 베드로 대표는 당초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보고서에 북한의 종교 탄압을 ‘한 집단이나 계층을 조직적으로 멸절시키려는 시도’를 의미하는 대량학살범죄로 규정하려고 했다가 구체적인 정보 부족으로 빠졌다며 체계적인 조사와 증거 수집이 필요한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런 노력을 통해 궁극적으론 북한의 종교 탄압 책임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국제법정에서 단죄하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