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 문제를 절박한 해결 과제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에 협력할 가능성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북한 변수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중국의 전략적 계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앨런 롬버그 연구원]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석좌연구원은 5일 이 연구소에서 대북정책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의 협조 없이 북한 문제를 풀기 매우 어렵지만 중국으로부터 의미 있는 협조를 얻는 것 역시 극도로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그러나 중국이 과거보다 북한 문제를 더욱 절박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의 협력 수위를 소극적이나마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앨런 롬버그 연구원]
중국이 북한의 행동과 핵 프로그램, 위협, 그리고 이 같은 위협으로 인한 파장을 부정적으로 여기면서 대북 공조에 조금씩 나서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중국의 북한산 석탄 금지 조치를 대표적인 예로 들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사전포석일 수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신호로도 읽힌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긴급한 현 국면을 볼 때 북한 문제가 군사적 충돌로 귀결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이 어떻게든 피하려는 결과인 만큼 (중국의 협력에) 진전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롬버그 연구원은 북한과 연관된 중국 기업들에 제재를 가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실질적 효과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앨런 롬버그 연구원]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동북부 지역 은행들의 규모가 작고 국제금융체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제재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반면 길버트 로즈먼 미 프린스턴대학 명예교수는 세컨더리 보이콧의 필요성에 대해 훨씬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녹취: 길버트 로즈먼 교수]
세컨더리 보이콧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중국의 이행 실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중국의 책임이라는 겁니다.
로즈먼 명예교수는 북 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이후인 2009년 중국의 대북 수출이 급증하고, 이듬해 북한이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뒤에도 북-중 간 교역이빠르게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협조가 없는 상황에서 미-한-일 세 나라의 동맹을 바탕에 둔 압박 증대와 세컨더리 보이콧, 정보 전쟁 등의 ‘대안적 접근’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길버트 로즈먼 교수]
미국은 중국의 선의에 기대기 보다는 미국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워싱턴주재 일본대사관 특별보좌역을 지낸 타츠미 유키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일본의 미미한 대북 무역 거래를 고려할 때 독자 제재 수위는 이미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런 한계를 넘어 북한과 중국 모두에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는 게 일본 정부의 최근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타츠미 유키 연구원]
일본은 우선적으로 억제력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만 그런 정책이 실패할 경우 미국, 한국과 협력해 보다 ‘강제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과 중국에 보내고 있다고 유키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