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매체가 최근 미국이 북한 핵 시설을 타격해도 군사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북 핵 위협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중국의 대북전술 변화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와 영문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24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이에 앞서 지난 22일 미국이 고려하는 북한의 주요 핵 시설을 목표로 하는 이른바 ‘외과수술식 타격’에 대해서는 일단 외교적인 수단으로 억제에 나서겠지만 군사적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환구시보'는 다만 미국과 한국 군이 38선을 넘어 진격해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면 그 때는 즉시 군사적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당국이 직접 거론하기 어려운 민감한 외교 사안에 대한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보도에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큰 위협 요소임을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이덕행 대변인은 24일 기자설명회에서 관련 보도가 중국 측의 공식 입장은 아닌 만큼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용인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이덕행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의 핵 도발, 미사일 도발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굉장히 위협요소라는 것을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최대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덕행 대변인은 중요한 것은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가들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대북 압박이 북한에 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며 대북 전술상의 변화라고 해석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전병곤 박사는 북-중 간 외부 침입을 받을 경우 자동 개입할 수 있는 ‘상호우호원조조약’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이토록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기존의 국제사회와 중국의 도발 자제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 차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전병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중국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송유관에 대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인데 북한은 외견상 보기에는 (압박을) 안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중국 입장에서는 더 급박하니까 더 압박을 가할 것 같아요. 그래서 자기들이 주장하는 방식대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던지 뭐 어떤 조치를 취해서 가야 미국하고의 담판을 어느 정도 지키면서 자신들의 국익도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아요.”
한편 중국의 최근 움직임이 미국의 압박 속에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대화 국면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입니다.
[녹취: 김한권 교수 / 한국 국립외교원] “최근에 있었던 미-중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대응 방향과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고려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전술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즉 큰 틀에서의 중국의 대북정책 방향이나 또는 북 핵 문제에 관한 기본적인 입장이 변했다기 보다는 지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반응하면서 중국이 보일 수 있는 북 핵 대응정책의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변화가 생겼다고 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의 더 이상의 무력도발을 막기 위한 조치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북한은 여전히 중국에게 전략적인 완충지대로서 필요할 뿐 아니라 북한에 큰 혼란이 오거나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