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창군절 맞아 대규모 화력훈련…고강도 도발은 안 해

북한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은 25일, 군인들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헌화한 후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오늘(25일) 인민군 창건일을 맞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엔 나서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25일 인민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장사정포 등 화포 3~400 문을 투입해 대규모 화력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한국 군이 원산 일대의 북한 군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화력훈련은 역대 최대 규모로 전해졌지만 당초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웠던 6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와 비교했을 땐 강도가 한결 낮은 도발입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이에 앞서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인민군 창건 경축 중앙보고대회에서 미국을 겨냥해 초정밀 지능화된 강력한 타격 수단들이 실전배치돼 있다고 주장한 영상을 24일 방영해 대형 도발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녹취(조선중앙TV):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미국 본토를 조준경 안에 넣은 우리 핵 공격 수단들은 지금 이 시각도 항시적인 발사대기 상태에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주변국들의 경고에 영향을 받아 대형 도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예상과 달리 이달 들어 지금까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은 것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에서 계속 도발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중국은 이달 초 가진 정상회담 이후 유례없이 전방위 대북 압박 공조를 진행했습니다.

특히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원유 공급을 대폭 축소하고 미국의 제한적 군사공격을 묵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은 지난 15일 가장 큰 명절로 치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 태양절도 대형 도발 없이 보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발사 같은 것은 어려운 상황이거든요. 그것은 이미 트럼프가 설정한 레드 라인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선을 넘으면 미국이 바로 공격 옵션을 선택할 수가 있거든요. 북한 입장에선 언술을 통한 대응 또는 단거리 미사일이나 신무기 공개 등 중·저강도로 대응할 수밖에 없고요.”

이런 가운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막강한 전투력을 갖춘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로 속속 집결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에 따르면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이 26일이나 27일쯤 동해, 일본명 일본해에 진입할 예정이고 핵 추진 잠수함 미시간 호도 25일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칼빈슨 호는 특히 이번 주말 한국 해군과 북한 미사일 탐지와 추적, 요격훈련이 포함된 고강도 연합훈련을 전개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한국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5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이 한국 정부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하고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지금까지와는 다른 강력한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