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요 뉴스의 배경을 살펴보는 ‘뉴스 인사이드’ 입니다. 북한이 지난달 6차 핵실험을 실시하려 했으나 중국의 강력한 경고로 계획을 포기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습니다. 중국 측의 이런 조치가 사실이라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입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지난달 워싱턴과 서울의 언론들은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15일 `태양절'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일제히 보도했었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 노스'는 4월 13일 북한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이 매체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위성사진을 분석해 핵실험장이 ‘장전, 거총’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NBC' 방송은 미 정보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토마 호크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구축함 2대를 배치해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며,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확실시될 경우 선제공격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해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탐지하는 특수정찰기 WC-135 기가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도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6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당국자의 발언이 나왔습니다. 4월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입니다.
[녹취: 윤병세 장관] “북한 핵실험장 준비 상태와 주요 계기일에 도발을 감행해온 과거 패턴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와 같은 고강도 전략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자 북한 외무성은“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14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한성렬 부상] “최고 지도부에서 결심하는 때에, 또 결심하는 장소에서 핵실험이 있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4월15일 태양절이나 25일 인민군 창건일을 기해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4월15일 태양절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가졌고, 이튿날인 16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또 인민군 창건일인 25일 강원도 원산에서 대규모 화력훈련을 벌였으며 29일에는 평안북도 북창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의문이 드는 것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다 해 놓고 왜 실행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언론이 최근 흥미로운 보도를 해 주목됩니다. 일본의 민영방송인 `TBS'는 지난 12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달 6차 핵실험을 실시하려 했으나 중국으로부터 ‘국경을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경고를 받고 계획을 포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18일 중국에 이틀 뒤인 20일에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보한 이후 중국 동북부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경찰이 핵실험에 대비해 철야근무 태세를 갖췄습니다. 이 지방 경찰관은 `TBS'에 19일에 대기하라는 지시가 있었고, 20일 핵실험이 진행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중국 수뇌부는 북한의 핵실험 통보 사실을 미국에 전달하는 한편 북한에 “핵실험을 강행하면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의 국경 봉쇄는 북한에 사활적 문제인 만큼 평양 당국이 중국의 경고로 계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이 방송은 분석했습니다.
`TBS' 방송의 이런 보도는 지난 4월20일 나온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지난 2-3시간 동안 아주 이례적인 움직임들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Some very unusual moves have been made over the last two or three hours…”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이례적인 움직임’이 바로 6차 핵실험 중단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석은 일주일 뒤인 4월27일 나온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으로 더욱 힘을 얻었습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하면 중국이 자체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북한 측에 통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이는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가해 핵실험을 중단시킨 첫번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Japanese press that North Korea told Chinese in April conduct nuclear test…”
탈북자 출신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안찬일 소장도 북한이 중국의 강력한 압박에 굴복해 핵실험을 중단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중국의 압박이 있지 않았겠나, 국경봉쇄라는 게 단지 단둥대교 화물을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송유관 밸브를 닫을 수 있다, 그 외 여러 강도 높은 압박이 있었기 때문에 김정은이 저렇게 손을 내려놓고, 일단 4월설을 잠재운 것은 중국의 압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강력한 대북 압박 때문인지 북한과 중국은 4월 들어 관영매체를 통해 서로 상대방을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의 관영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 신문은 “북한이 계속 핵·미사일 개발을 감행해 미국이 외과수술식 타격을 할 경우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개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중국의 대북 제재와 압박이 북-중 관계의 ‘붉은 선’ 즉, 인내의 한계선을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