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북 여종업원 송환 공세 재개…“한국 내부 분열 노려”

한국에 집단망명한 탈북 여종업원 서경아의 아버지 서태성과 리금숙이 지난해 6월 미국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한국 정부에 납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에 집단망명한 북한 여종업원들에 대한 북한 측의 송환 요구가 다시 거세지고 있습니다.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자 이 사건이 한국 전임 정부가 자행한 납치극이란 주장을 한국 내에 확산시켜 여론을 갈라놓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던 중 한국에 집단망명한 여종업원 12명과 남성지배인을 송환하라고 거듭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은 이들의 망명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 국가정보원이 계획해 벌인 유인·납치극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다가 최근 들어 다시 적극성을 띠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TV’는 지난 8일 여종업원 김설경 씨의 어머니가 딸을 애타게 기다린다는 내용의 영상편지를 내보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엔 여종업원 리지예 씨의 아버지 리경수 씨가 딸을 그리워하다가 숨을 거두었다며 리 씨의 유서가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또 이들의 송환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연계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북한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은 9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이들의 송환이 이뤄지기 전에는 이산가족 상봉 등 어떤 인도주의 협력사업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7일 평양에서 가진 외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앞서 여종업원 12명을 즉각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사안과 자유의사로 한국에 온 탈북민 문제를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한의 역사와 제도에 의해 강제적으로 헤어져 있는 이산가족은 탈북민 문제와는 별개의 문제라며 북한의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과의 교류에 보다 적극적인 한국의 문재인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압박 차원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인권문제에 대응할 카드로 여종업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국 정보기관이 북한 주민을 유인 납치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워 탈북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온 한국 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한국 민간연구기관인 매봉통일연구소 남광규 소장입니다.

[녹취: 남광규 소장/ 매봉통일연구소] “지금 탈북한 사람들을 돌려달라는 얘기는 아니고 앞으로 그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말라는 그런 일종의 경고죠. 앞으로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 한국 정부의 입지를 좁히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죠.”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인 홍민 박사는 북한이 여종업원 탈북 사건을 바라보는 문재인 정부의 시각을 떠보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지난달 29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 직전 보도된 여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이 국가정보원에 의한 기획탈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훈 후보자도 어떤 연유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너무 빠른 시간에 언론에 공개됐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홍민 박사는 북한이 한국 내 일각에서 일고 있는 이런 의문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홍민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이 문제를 갖고 한국의 내부적인 갈등이랄까요, 내부적인 이간질이랄까요 이런 부분일 수도 있고. 그러니까 예를 들면 한국 정보기관에 대한 굉장한 불신, 이런 부분들을 나름대로 이 사안을 갖고 혼란을 주려는 의도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카드로 앞으로도 이 문제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