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 민간 교류 재개 여부의 첫 시험대가 될 6·15 남북 공동행사가 무산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행사 날짜가 임박했는데도 북한이 한국 측 민간단체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6·15 공동선언 17주년을 기념해 남북한 민간단체들이 추진해 온 공동행사가 무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8일 남북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북한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팩스를 지난 5일 북한 측에 보냈지만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북한 측에 보낸 팩스에 100여 명 규모의 대표단이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을 방문하려 한다는 방북 계획도 담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 초청장을 보내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민이 북한을 방문하려면 통상 방북 7일 전에는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해야 하지만 북한 측의 초청장이 없으면 방북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원칙적으론 방북 7일 전까지 서류를 구비해 제출해야 하지만 그 이후에도 신청은 가능하다고 유연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오면 평양에서의 6.15 공동행사를 승인할지 여부에 대해 사업 목적을 따져보고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지와 국제관계 등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는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자칫 평양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해 왔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는 행사 날짜까지 남은 시간이 촉박한데다 한국 정부의 승인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방북을 포기하고 남북한이 각각 행사를 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9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경과와 행사 개최 방식 등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남북 민간 교류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데 대해 북한이 ‘기싸움’ 차원에서 맞서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자신들이 주도하는 남북관계 개선을 가져 가겠다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문재인 신 정부에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왜냐하면 대선 기간과는 다르게 지금 상당히 조심스럽게 남한의 신 정부가 접근하고 있거든요 남북 교류에 대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확고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한편 통일부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의 조건으로 탈북 여종업원들의 송환을 요구한 데 대해 이산가족과 탈북민은 별개의 문제라고 일축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고령이 대부분인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탈북민 문제와는 성격이 다른 시급한 인도적 사안이라며, 두 사안을 결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대외부총장은 북한이 남북 교류 재개에 여러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전면 거부하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주도권 다툼’ 차원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대외부총장] “한편으론 한국 정부의 반응을 탐색하려는 의도가 있겠죠. 그리고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향후 남북 협상에서 압박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게 아닌가 그렇게 보입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관계자는 7일 평양에서 `AF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앞서 탈북 여종업원 12명과 북송을 요구하는 탈북 여성 김련희 씨를 즉각 송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